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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나를 흔든 시 한 줄

이길여 가천대 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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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최효정 기자]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 정호승(1950~ ) ‘봄 길’ 중에서

내 이름에는 ‘길’자가 있다. 행운을 뜻하는 ‘길(吉)’이지만 걷는 ‘길[路]’을 떠올리는 분들도 있다. 나를 아는 많은 분들은 정호승 시인의 ‘봄 길’을 읽을 때마다 나를 떠올린다고 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옳다고 생각하면 망설임 없이 이게 바로 내 길이라고 생각하고 그 길만 걸었기에 그런 생각을 가지게 한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했고 서울대 의대에 가겠다고 다짐했다. 일제 강점기와 6·25동란이라는 거센 폭풍우 속에서도 나는 나의 길에서 비켜서 본 적이 없다. 인민군의 포성이 울릴 때도 방공호에서 촛불을 켜놓고 공부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나에게 있다. 여자가 고등교육을 받기 힘든 시절에 태어난 내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유학까지 다녀올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헌신적인 보살핌 덕분이었다. 어머니는 나의 길이 되어주셨다.

가족이 없는 나는 만인의 길이 되어주고 싶다. 마음이 따뜻한 의사, 바로 나 같은 의사를 만들고 싶어서 어렵게 의과대학을 설립했다.

 가천대학교에는 2만 명이 넘는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물질적으로는 풍족한 시절을 살고 있는 그들이지만 청년 실업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한 청춘들이다. 그런 우리 학생들에게 할 수 있다는 정신을 심어주고 싶다. 그래서 그들에게 ‘봄 길’을 자주 들려준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절대적인 절망은 없다. 희망을 가져라. 여러분이 남들의 길이 되는 사람이 되어라.”

이길여 가천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