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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장의 과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검찰이 드디어 증권사범 단속강화에 나섰다고 한다.
증권시장이 과열됨으로써 파생되는 부작용은 그것이 선의의 투자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단순한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증시의 과열은 전체 금융순환구조에 커다란 충격을 줄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불건전한 투기심을 조장시켜 근면과 성실을 기조로 삼아야하는 생활태도를 흔들리게 한다. 원래 증권투자는 투기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생활에 여유가 있을 뿐만 아니라 노후생계에도 걱정이 없는 중산층이상만이 손댈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은 상식에 요한다.
그러나 우리의 증권시장풍토는 자주 정도를 넘게 과열되고 있으며, 심지어 사채시장이 고갈될 정도로 불건전한 방식의 과열투자가 거듭되고 있다. 증권에 대한 지식이 충분치 못한 주부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증권시장풍토를 보고서 과연 대본시장육성시책이 성공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그대로 방관하고 있어야만 할 것인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봄직하다.
솔직히 말해서 적자가 누적된 회사의 주가조차도 액면가를 웃돌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형적인 투기성사업이라 할 건설업체의 주식들이 액면가의 몇 배 수준에 있다는 사실은 증시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매우 우려할만한 일이다. 이른바 중동건설에서 흑자를 보고 있는 업체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주가형성의 호재로 공인시키는 증시생리는 차제에 건전한 자본시장육성이라는 차원에서 바로 잡혀져야할 것이다.
그러면 왜 증권시세는 회사경영내용과 상관없이 오르기만 하는 것이냐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해답은 복합적인 것이지만 주인은 조작에 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가를 조작하는 책동의 원천은 주식발행회사와 증권회사의 야합에 기인되는 바가 크다고 하겠으며, 이를 근본적으로 단결시키는 방법이 시급히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주식거래량이 상장명분에 어긋날 정도로 적으면서 주가만 계속 오르는 주식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정밀분석을 가해서 상장주식에 대한세법상의 특전을 회수할 뿐만 아니라 상장자체를 재고하는 근본대책이 마련되어야할 것이다.
다음으로 근자 세금과 관련해서 기업들이 증권에 손을 대는 일이 너무나 광범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싼 금리의 무역금융을 받아서 증권투자를 한다든지, 투자신탁이나 단자시장에 유입시키는 부조리가 횡행하고 있다는 항간의 소문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밖에도 금융기관대출의존 율이 높은 기업재무구조를 전제로 할 때, 일반기업들이 사업용 고정자산이 아닌 투자자산을 보유한다는 사실자체도, 엄격히 말한다면 부조리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기업자금의 증시유출은 자본시장육성의 취지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증시를 투기화 하는 커다란 원인임을 주목해야한다.
끝으로 증권시장의 투기성을 조장하는 원인의 하나로서 조세정책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근자 증권시장주변에서 나도는 사업관은 이 나라 경제의 장래를 위해서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사업을 뼈저리게 해본댔자 돈버는 대로 세금이나 내는 것이지 내 손에 들어오는 것이 없는 이상 애써 사업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증권매매익에 세금이 붙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배당금에는 세금이 5%밖에 붙지 않으니, 구태여 사업하는 것보다는 가만히 앉아서 실속을 차리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물론 대 사업가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전도가 유능한 기업가가 계속 출현해야만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그러한 사업관을 파생시키는 세법상의 불평등이나 불균형은 장래를 위해서도 재검토되어야할 것이다.
요컨대 증시의 건전화를 위해서는 일단 증시의 냉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며, 그 풍토개선을 위한 종합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줄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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