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예술원 격상은 좋지만 총합엔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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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당은 학술원과 예술원을 통합개편하고 그 기능을 대폭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밝혀진 개편내용의 주요골자는 문교부장관의 관장을 대통령 직속자문기구로 격상시켜 이곳에서 각종 논문, 연구발표, 공연장 운영, 예술공연의 심의인준 등 일체의 학·예술업무를 일괄 관장토록 한다는 것. 이 같은 개편에 대한 학·예술원 관계자들과 학계의 반응은 대체로 그 기능강화 및 격상에는 찬성이지만 통합에는 상당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통합의 반대이유는 첫째가 얼른 보기에는 상통하는 것 같지만 학술과 예술은 그 영역이 전혀 이질적이라는 것. 따라서 선진외국의 경우도 거의가 학술·예술이 분리돼 있다는 것이다.
이병훈 학술원회장은 『현재의 학·예술원을 대통령직속기관으로 개편하는 것은 오랫동안의 과제였지만 전혀 성격이 다른 두 분야를 하나로 통합하는데는 반대』라고 말했다.
한편 모든 단체의 연구발표 및 공연심의 등에 대해「통제」의 인상과 최고 학·예술 기관으로서의 「품위」문제를 우려하는 견해도 없지 않다.
우리 나라 학술원과 예술원이 처음 개원된 것은 1954년7월17일.
52년 제정된 문화보호법(법률 제248호)과 53년 제정된 문화인증록령(대통령령 제773호)에 의해 설립된 학·예술원은 그 설치목적을 『학문·예술의 향상발전 도모와 과학자·예술가의 우대』에 두고 있다.
또 이 두 기구는 국내외에 대한 과학자와 예술가의 대표기관으로 과학·예술의 연구조성에 관한 정부의 자문에 응하며 정부에 건의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현 회원 수는 학술원96명(정부1백명), 예술원48명(정부50명)이다. 의원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종신회원과 원이 추천하는 추천회원(임기 6년) 및 명예회원으로 구성되는데 현재 종신은 학술원에 18명뿐이고 예술원은 모두가 추천회원.
학술은 인문과학 부와 자연과학부로 나누어 그 밑에 총11개 분과회를 두고 있고 예술은 문학·미술·음악·연예의 4개 분과회만으로 구성돼 있다.
의원들에게 월7만원씩의 수당이 지급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활동예산은 거의 없다. 이밖에 연례행사로 해마다 학술원 상과 예술원상을 4∼5명의 학자들에게 수여한다.
어쨌든 학·예술의 최고 국가기관인 학술원과 예술원이 현재로는 그 설립 취지와는 달리 7만원의 수당지급 만으로는 「우대」도 안되고 있고 그 기능도 살리지 못한 채 겨우 회원의 「명예」에 기대어 유명무실한 상태다.
일본의 학사원과 예술원, 자유중국의 중앙연구원은 그 규모나 기능이 막대할 뿐 아니라 활동도 매우 활발하다. 1백년의 역사를 가진 일본 학사원은 1백50명의 종신회원을 갖고 명실공히 학문의 대표기관이 돼 있고 대만의 중앙연구원은 국가연구기관으로 산하에 10개 연구소를 두고 각 분야별연구를 진행하며 원사 80명, 연구원 5백 명에 달하는 방대한 조직을 갖고 있다.
유명한 「스웨덴」의 한림원이나 「프랑스」의 국립「아카데미」, 미국의 국립「아카데미」, 「스페인」의 학술원 등도 대체로 종신회원제로 모두가 학술과 예술이 분리돼 있다. 미국의 경우는 국립학술「아카데미」와 국립예술「아카데미」로 나누어져 각각 연구와 활동을 진행한다.
특히「스페인」의 학술원은 상원의 역할을 해 하원에서 통과된 입법사항들을 최종적으로 심의결정하기도 한다.
학문분야나 업무의 이질성으로 보아 차라리 통합보다는 대만의 중앙연구원 같은 연구기관의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많다.
이규호 교수(연대·철학)는 『선진각국도 국가발전과 생존문제를 각 분야의 전문연구에 의존하는 추세로 보아 학·예술원의 「아카데믹」한 연구기관화는 바람직하지만 발표논문이나 공연심의 등을 하는 것은 반대』라고 말했다.
여당도 문화보호법 등의 관계법 개정으로 할 것인지, 특별법제정으로 할 것인지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지만 현 학·예술원이 개편될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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