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파동은 올 것인가(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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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 곡물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미국과 소련은 식량문제가 심각해지면 심각해질수록 식량을 정략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제3국은 더욱 애가 탄다.
미국이 식량을 전략물자로 이용하면 세계 농업에서 차지하고 있는 「실력 차」때문에 다탄두핵「미사일」이상의 위력을 발휘한다.
미국의 곡물 생산량은 소맥이 세계생산총량의 13%, 콩은 67%, 옥수수 47%, 쌀은 1.3%에 이르고 있고 교역량에 있어서는 그 비중이 더 커 소맥49%, 콩85%, 옥수수87%, 쌀은 22%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74, 75년도). 이 때문에 미국은 세계를 「핵우산」아닌 「식량우산」아래 두는 것도 가능하다.
이 같은 위력은 73년부터 구체적으로 그 힘을 발휘, 73년에는 악화일로에 있던 국제수지를 개선시켰고 74, 75년에는 대소·대 산유국 외교수단으로 이용했다. 최근엔 미국대통령선거에 식량이 선거용무기로 사용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식량 수입국들은 대부분이 미국의 작황추계를 그대로 믿는 수가 많다.
인공위성까지 이용하고 있어 가장 과학적이고 권위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최근 미 농무성은 소련의 올 곡물작황을 풍작인 「1억9천만t」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한바있다. 그러나 국제 곡물시장관계자들은 이 추계를 반신반의하고 있다.
농무성은 이번 선거에서 남부출신 민주당대통령후보「지미·카터」를 의식, 농민유권자가 많은 남부 표를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는 숙제도 있지만 물가, 특히 농산물가격인상 때문에 「인플레」가 재연되어 도시 선거민들이 「포드」를 외면하는 것을 더욱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제곡물정세의 동향이 기상조건뿐만 아니라 미국의 「정책적 오보」에 따라서도 좌우된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은 이 같은 정책적 오보 외에도 미국곡물의 힘을 강화시키기 위해 고의로 기상을 「컨트롤」하고 있다는 얘기다.
「쿠바」의 가뭄이 미국의 『기상「컨트롤」병기』사용 때문이라는 「쿠바」측의 항의도 있었지만 최근「로스앤젤레스」의 「라디오」방송에서는 『미국은 소련과 중공의 곡물생산감소를 가능케 하는 기상「컨트롤」신병기를 연구 중』이라고 폭로한바 있다.
따라서 최근 세계전역을 엄습하고 있는 한발도 이 『신병기의 실험이 아닌가』하는 의구심마저 자아내고 있다.
소련도 미국 못지 않게 식량을 정략으로 이용하고 있다.
작년의 흉작으로 농업상과 제1 부농업상 및 2명의 부농업상이 해임되는 등 흉작의 충격은 매우 컸다. 흉작의 영향은 자국만의 식량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코메콘」(공산권경제상호원조회의)의 맹주로서의 힘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것이다.
소련은 자국의 식량뿐만 아니라 동구제국의 식량까지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곡물수입 국이면서도 동시에 수출국이라는 「2개의 얼굴」을 갖고 있는 것이다.
서구에서 비롯된 혹심한 가뭄은 이제 동구로 확산되고 있다.
소련자체도 흉작을 면치 못한다면 소련의 곡물수입량은 73, 74년보다 더욱 증가할 것이 틀림없다.
이 같은 미국·소련 등의 식량 정략화는 세계식량사정을 더욱 풀기 어려운 문제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김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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