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이변으로 세계 곡물 파동 재연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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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구주를 엄습한 1백년내의 가뭄 등 세계적인 이상 기후에다 일부 강대국들이 세계적인 흉작을 정략으로 이용하고 있어 국제 곡물 시장은 다시 파경을 불러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74년의 세계적 식량 파동은 소련·중공 등 일부 국가의 흉작에 기인한 것이었지만 올해는 농산물 시장으로서는 가장 안정적이었던 구주 공동 시장 (EEC) 역내를 비롯, 소련·미국·중공·남미 등 세계 전역이 흉작을 면치 못하리라는 것이어서 식량 파동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외신이 전하는바에 의하면 EEC 사무국은 최근 자료에서 역내의 곡물 생산은 당초 예상에 비해 10∼20% 감소되고 있고 특히 소맥과 설탕은 25%, 쇠고기는 4%의 감산이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다.
세계 곡물 시장의 화약고인 소련의 소맥 작황도 작년 가을의 파종 직후 엄습한 이상 저온과 서리 피해로 전체 식부 면적의 20∼30%가 피해를 보아 동 소맥 수확량은 평년작 (약 6천만t)을 1천만t 이상 하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제1의 농산물 수출국인 미국도 세계적인 기상 이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네소타」 등 3주를 엄습한 한발에 대해 「포드」 미 대통령은 이미 긴급 사태를 선언한 바 있으며 『6월 중순 이후 미국의 대평원과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토양의 수분이 줄고 있고 동 소맥의 수확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 (미 농무성)이다.
가뭄 피해는 중공·쿠바까지 확대되고 있다.
미 농무성은 중공의 곡물 생산을 전망하면서 한파로 동 소맥의 작황이 나쁘고 거기에 한발까지 겹쳐 봄 소맥의 식부 면적이 줄어 올 소맥 생산량은 풍작 (작년 생산 2억7천만t)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고 세계 제2의 사탕수수 생산국인 「쿠바」도 한발로 상당한 사탕수수 감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가뭄 피해로 각종 농산물의 감산이 예상되자 설탕·차 등 농산물과 구리·석 등 국제 주요 원자재 값은 벌써부터 들먹이고 있다. 「런던」 농산물 시장에서는 10월 및 12월 인도분 설탕 선물 가격이 11개월 내의 최고 시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국제적 흉작을 미국·소련 등 일부 강대국은 선거 전략과 제3세계에 대한 정치용으로 각각 이용하고 있어 올해 다시 식량 파동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사상 최악의 사태까지 몰고 갈 가능성도 짙다.
【외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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