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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기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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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물을 찾는 비명 소리가 지구의 여기 저기서 돌려오고 있다. 가뭄이 심한데다 이상 고온이 겹친 나날들이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파리」의 한 전화국에서는 실내 온도가 40도를 넘어 더위에 지친 교환양 2백명이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지난달 24일, 「파리」의 무더위는 33·4도라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강우량에 있어서는 1873년 이후의 최저 기록을 냈다.
이래서 「지스카르-데스텡」 대통령은 「엘리제」궁 경비원에게 제복 대신에 「샤쓰」 차림으로 근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런던」도 다를게 없다. 매우 보수적인 사교 구락부의 「바텐더」들도 「넥타이」룰 매고 일할 수 없다고 「데모」를 벌였다.
이달 초에 「윔블던」에서 열린 전 영국 「테니스」 선수권 대회에서는 더위에 실신하여 구급차에 실려간 관람용이 2천7백명이 넘었다.
아무리 지독한 더위라도 영국에서는 섭씨 30도를 넘는 일이 한번도 없다. 그게 올해에는 40도가 넘었으니 보통 일이 아니다.
물론 4년 전의 인도보다는 훨씬 낫다. 그때는 3개월에 걸쳐 연일 45도를 오르내렸었다. 목욕탕의 온도도 42·3도면 된다. 그래서 전선 위에 멎은 새도 당장에 「바비큐」가 되어 떨어졌다. 그때는 사람도 1천명 이상이 죽었다.
이런 이상 기온은 2, 3년래의 일이 아니다. 이미 60년대부터 이변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이상 기상 설도 3년 전부터 유행되었다. 그 동안 언론은 분분했다. 지구 표면의 70%, 수증기의 99%를 차지하는 바다 표면이 폐유로 뒤덮이게 된 탓이라 보는 학자도 있다. 그런가하면 태양의 흑점 탓으로 돌린 학자도 있다. 미국의 대기 연구 「센터」의 「재크·에디」는 지구가 새 빙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고 했다가 작년에 감원되었다. 동「센터」의 「월터·로버츠」 박사도 75년에 엄청난 가뭄이 찾아올 것이라 발설하다 소장 자리에서 평 연구원으로 격하 당했다.
물론 흑점주기와 기후의 변동과의 연관성은 근거가 아직은 희박하다. 지구가 냉각되며 있다는 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작년부터 올해에 걸친 기상 이변은 지구에 큰 탈이 난 탓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 나라에서도 이상 기상은 해마다 더해 가는 것 같다. 이미 찾아 왔어야 할 장마 전선도 어디론가 둔갑하고 없다. 왔다해도 큰비는 별로 없으리라는 관상대의 예보다. 가뭄이 얼마나 더 심각해지려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지스카르-데스텡」 대통령은 지난 월말에 『국가 위기의 타개를 위하여 국민의 단결을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우리의 사태는 물론 「프랑스」만큼 심각하지는 않다. 그러나 그의 호소는 「프랑스」에만 해당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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