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 도입의 일반적 기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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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제4차 5개년 계획 기간 중에 도입할 외자의 사업별·연도별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기 위해, 정부 기관 및 민간 기업별 외자 도입 계획을 7월1일부터 조사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사가 불가피한 이유는 분명치 않으나 이미 발표된 4차 계획이 총량 「모델」 접근법에 따라서만 검증되었을 뿐, 사업별로는 아직 기초적 검토가 행해지지 않았음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투자 계획 자체가 총량 규모와 산업별 배분 규모만 확정한 것이지, 사업별·연도별로는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앞으로 이들이 구체적으로 검증되면 투자 규모나 외자도입 규모는 변동될 여지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동안의 계획 수립은 사업별·연도별로 투자 규모와 공장 수 등을 계산해서 집계하는 방법과 총량 「모델」에 따른 추정 방법을 병행시켜, 최종 계획을 확정했던 것이므로 사업별 투자 계획을 계획 발표 후에 조사하는 일은 없었다. 이런 뜻에서 본다면 계획 규모를 확정한 뒤에 투자 계획을 조사하는 것은 예외적인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물론 4차 계획은 종래 계획과는 달리 경제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고 그 질도 변화했기 때문에 몇몇 계획 당사자의 역량만으로는 그 방대한 투자 계획을 사업별로 하나하나 검토해 나갈 수 없어 총량 「모델」 접근 방식으로 투자 규모를 추정하고, 그에 따른 외자 도입 계획을 도출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이해는 간다.
그러나 계획을 먼저 확정하고 난 뒤에 사업별·연도별로 투자 계획을 조정해야 할만큼 경제의 규모가 커지고 질이 다양화한 것이 사실이라면 계획의 수립과 집행 방법을 바꿔야 하지 않겠는가. 즉 종래와 같이 투자 규모나 사업수가 비교적 적은 것이었을 때에는 계획을 몇몇 관료들의 손으로 완전하게 수립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제부터는 그 업무량이나 통제 범위가 그런 방식을 쫓기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며 그렇다면 직접 통제 방식의 계획 방법은 한계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러한 입론이 옳다면 우리도 이제는 선진국에서 하는 것처럼 경제를 유도하는 지표로서 계획을 생각해야 할 단계에 접어든 것이 아니겠는가.
이처럼 계획에 대한 차원이 달라진다면 망연히 계획의 유도를 위한 강력한 무기로서 가격기능과 이윤 동기가 강조되어야 할 것이며, 정책은 국민 경제적인 차원에서 소망스러운 분야에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가격 기능과 이윤 수준을 조성해 주는 역할을 주임무로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반적인 원칙을 전제로 한다면 정책이 다뤄야 할 외자 도입의 일반적인 기준도 자명해진다.
먼저 정부가 산업별로 투자 우선 순위를 확정시키고, 그에 적합한 외자 도입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 순서라는 것이다. 그러한 조건을 업계가 알지 못하고 있는 한, 민간 기업의 구체적인 장기 외자 도입 계획이 마련될 수는 없겠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차관 조건에 대한 일반적인 한계가 투자 우선 순위별로 구분, 제시되어야 마땅하다. 국민 경제적으로 긴요도가 낮은 사업일수록 차관 조건이 매우 유리하지 않는 한 허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우리의 장기 국제 수지 전망에는 불 확실 요인이 많은 것이므로 외자 도입의 규모와 성장률의 관계를 몇가지 가정에 따라 구분해서 외자 도입 규모를 조정할 수 있는 예비적인 정책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불 측의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성장률과 외자 도입 규모를 예정 수준으로 조절하고, 그에 따른 사업별 조정 대상도 예정해 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요컨대 우리의 경제 여건도 이제는 4차 5개년 계획을 사업별로 빠짐없이 계획화하기는 힘드는 단계에 이른 것이므로 이젠 경제 계획을 직접 통제 방식으로 집행하는 것보다는 유도방식으로 이끌어 가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인 것이며 이를 전제로 한다면, 투자 우선 순위와 차관 조건, 그리고 외자 도입의 양적·질적인 조정을 위한 간접 유도의 방법들을 정책은 먼저 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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