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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염주의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어린이의 사신』이라 불리는 뇌염을 옮기는 빨간집 모기(「큘텍스」모기)가 예년보다 10여일 앞당겨 발견됐다고 한다.
보사부는 이 때문에 23일 서둘러 뇌염주의보를 발표하고 전국에 조기 비상 방역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해마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발생하는 뇌염은 한번 걸려 발병하게 되면 치명율이 30%가 넘는데다 설사 완치됐다 하더라도 심한 갖가지 후유증을 남길 뿐더러 아직은 이렇다 할 예방과 치료의 특효약조차 없는 무서운 전염병임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천연두·발진「티푸스」·발진열·「페스트」·재귀열 등의 급성전염병 등은 생활환경개선과 효과적인 방역활동 등에 의해 오늘날 거의 근절되다 시피 됐고「콜레라」·장「티푸스」·이질 등 수인성전염병도 현저히 줄어들었으나 뇌염만은 여전히 어린이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기야 1932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발생한 뇌염으로 49년에는 무려 5천6백16명이 발병하여 2천7백29명의 희생자가 났고 이 추세는 60년대까지 계속됐으나 70년대에 이르러서는 훨씬 줄어든 것만은 틀림이 없다.
그 까닭은 일본뇌염이 주로 발생하던 농어촌지역이 농약사용량의 증가에 따라 모기유충인 장구벌레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모기의 농약저항성이 점차 커져감에 따라 최근 3년간 뇌염이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음을 깊이 명심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중소도시와 대도시의 변두리지역에서 뇌염발생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도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하겠으며, 특히 보사 당국의 효과적인 뇌염예방대책 및 적극적인 방역활동이 있어야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뇌염에 대한 계몽, 발병자 신고망 정비에 의한 조기발견 및 소독·치료 등을 능률적으로 수행해야함은 물론 사전에 소독약 등의 절대량을 확보해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연막소독 등 각종 소독약이 바닥나 방역 무방비 상태에서 뇌염이 동시다발의 맹위를 떨치는 것을 두손들고 바라보기만 한 74년의 과오를 두번 다시 되풀이해서야 되겠는가.
그리고 방역업무에 종사하는 요원들의 교육 및 자질향상, 검사기능의 개선, 역학조사 등에 힘써 뇌염근절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보사 당국의 이 같은 노력과 함께 모든 국민들도 뇌염예방을 위한 주의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뇌염엔 예방과 치료를 위한 특효약이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모기에 안 물리는 일이다. 가정마다 모기약을 상비하여 이를 수시로 뿌려 모기를 죽이고 모기향을 피우거나 모기장을 치도록 하며 웅덩이나 하수구 등 모기가 번식하는 곳을 소독하며 집 주위의 잡초를 베어내어 생활환경을 청결하게 하고 위생적인 생활을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어린이들에게 뇌염「백신」을 맞히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뇌염예방주사를 맞혔다 하여 방심해서는 안 된다. 비록 뇌염「백신」접종 자는 미접종자에 비해 발병율이 30%가량 낮고 치명율도 50%정도 낮다는 의료기관의 보고가 있긴 하나 뇌염「백신」은 불활성화한「바이러스」를 주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완전한 것이 못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생산한「백신」도 예방효과가 뚜렷하지 않기에 지금껏 세계보건기구(WHO)의 추천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이 때문이라 하지 않는가.
뇌염의 발병은 신체의 저항력과 깊은 관계가 있으므로 과로하거나 뜨거운 햇볕을 오래 쬐는 일을 피하면서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관리에 힘쓰도록 해야한다.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고「알칼리」성 식품의 다량섭취 등 식생활의 합리화 등을 기하도록 하며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에 대한 세심한 보살핌이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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