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탈리아 총선 이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전세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던「이탈리아」총선거가 막을 내렸다.
계속진행을 지켜보면 상하 양원에서 기민당이 계속 제1당으로 부상했고 공산당은 여전히 제2당으로 머무르는데 그쳤으며 사회당과 같은 중도정당은 더욱 그 득표율이 떨어졌다는 것이 드러났다.
상원의 경우 기민당의 득표율은 72년 선거 때보다 0.8% 높아졌고 하원에서는 0.3%가 낮아졌다. 반면 공산당의 득표율은 상하원에서 각각 6.2%와 7.3%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석 상으로는 공산당이 전체적으로 22석 가량 늘어나리란 것이 어떤 여론 조사의 결과다.
「이탈리아」유권자들은 결과적으로 기민당 30년 집권이 누적해 온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공산당수「베를링구에르」의 달큼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로 작정한 셈이다.
이제 앞으로의 관심은 기민·사회당이 공산당의 국정참여를 놓고 어떤 타협책을 마련하느냐에 쓸리게 되었다. 기민당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사회당과 기타 중도 정당들을 끌어 들여 종전과 비슷한 중도좌파 연립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당은 공산당이 참여하지 않는 연정에는 절대로 응하지 않겠다고 공언한바 있다. 사회당이 응하지 않을 경우엔 기민당 중심의 소수파 내각이 성립할 것이나, 격심한 정국 불안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예상했음인지 최근 공산당과 사회당의 전략에는 약간의 수정이 가해졌음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사회당 지도자들이 최근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직후부터의 전략수정이었다. 공산e당의 최고지도급 인물의 하나인「조르지아·나폴리타노」가 밝힌 바에 따르면, 미국은「워싱턴」을 방문한 사회당 대표단에 대해『공산당의 참여가 비공식적이고 신중성을 띈 것이라면 그것을 용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후부터 공산당은 종전까지의 집권 청사진인「역사적 타협」이란 구호를 후퇴시키고 그 대신「광범위한 거국내각」이란 말을 내걸었다.
「광범위한 거국내각」이란 기민·공산 주도형의「역사적 타협」에 비한다면 훨씬 우파적인 개념이며, 거기서 공산당은 단지 소수파로 참여하여『「이탈리아」경제수습을 위한 긴축·복구·재조직정책』을 돕는데 그치겠다는 것이다. 특히 육류와 석유수입의 통제·임금동결·행정기능의 재조정 같은 것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나폴리타노」의 말이었다.
만약 여기서도 제외된다면 공산당은 노조를 이용한 각 외에서의 영향력 행사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사회당은 한가지 타협책으로, 공산당이 입각은 하지 않은 채 그 대신 원내에서의 입법활용에 있어「케이스·바이·케이스」로 거국적인 공동결정에 참여케 하자는 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기민당은 계속 공산당과의 여하한 협력도 일체 거부하고 있어 연정 구성은 난항을 거듭할 것 같다. 만일 공산당이 입각할 경우「나토」의 핵 계획 위원회는「이탈리아」를 불신·추방할지도 모르며, 이 나라에 있는 1천5백개의 전술핵무기도 철수되고, 「나폴리」에 있는「나토」남구 사령부도 이전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이탈리아」는 EC에의 부담금보다는 받는 양이 더 많은 나라이며, 수출의 45%가 EC 역내를 향한 것인 만큼 만일 서방측이 이를「보이코트」한다면 이 나라 경제는 파탄에 직면한다.
이러한 점을 보아서라도 기민당과 사회당은 서구문명의 중심지·기독교문화의 본거지·「나토」의 남방 울타리인「이탈리아」의 좌경을 한사코 막아야 될 줄 믿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