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중 도송국민교에 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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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7일하오2시37분쯤 서울 종로구 도송동 146의2 도송초등학교 (교장 김흠·55) 4층 과학실에서 불이나 과학실과 6학년1반교실등 4층 8개교실과 종로구청이 임대해 쓰던 3개교실등 모두 11개교실(3백95평)을 태우고 40여분만에 꺼졌다.
이불로 과학실에서 혼자 「알콜」 실험중이던 2학년1반 담임 박남령 교사 (40·과학담당)가 얼굴과 목· 팔· 발등에 중화상을 입고 인근 한국병원에 입원가료중이나 위독하다.
사고당시 학교에는 5· 6학년학생 6백여명이 남아 수업중이었으나 각 담임교사의 인솔로 무사히 대피,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찰추산 피해액은 2천여만원.
불은 박 교사가 수업을 마치고 과학실에서 혼자 「알콜」 실험을 하던중 「알콜·램프」 가 『펑』소리와 함께 갑자기 폭발, 일어났다.
박 교사는 병상 심문에서 『혼자서 「알콜·램프」를 켜놓고 실험을 하고 있었는데 다른 실험 도구를 집기 위해 일어서다 책상을 잘못 건드려 「램프」가 바닥으로 쓰러져 불이났다』고 말하고 『오른 손은 불구여서 왼손으로 「램프」를 잡았으나 「펑」소리와 함께 불길이 번졌다』고 진술했다.
박 교사는『처음 교실 바닥에 불길이 번질때 몸으로 덮쳐 끄러 했으나 실패, 걷잡을 수 없이 불길이 번져 화상을 입고 뛰어나왔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2년전과학전에 「자동신장측정기」를 출품했다가 낙선, 다시 출품키위해 매일 밤늦도록 혼자 실험중 불을 낸 것이다. 불은 처음 교실바닥에서부터 타오르기 시작, 과학실안에 있던 화공약품에 옮겨 붙어 시커먼 연기와 함께 높이 20여m의 불기둥을 이루며 타올랐다.
이어 불은 서쪽의 자료실 및 종로구청 건축 산업· 사회과와 동쪽의 6학년1 2, 3, 4, 5, 6반교실로 차례로 옮겨갔다.
불이 붙은 4층은 목조가건물로 낡아 때마침 세차게 불어온 동남풍을 타고 빠른 속도로 번져갔다.
발화당시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중이던 6학년5반 강도영군 (13)은 2∼3초간격으로 불이 각 교실로 번지는 것을 보고 학교앞 문방구점으로 달려가 119로 신고했다.
불이 나자 경찰· 소방관 5백16명과 「펌프」차 42대· 고가사다리차 7대등 모두 94대의 소방차가 출동했으나 불길이 거세 달리 잡지 못했다.
현장에는 유기춘 문교부장관· 구자춘 서울시장 하점생 서울시교육감등이 나와 진화작업을 지휘했다.
불이 나자 4층에서 수업중이던 6학년, 3층에서 수업중이던 5학년학생 6백여명과 종로구청직원 50여명둥 모두 6백50여명은 비교적 침착하게 대피했다.
과학실에서 가장 먼 동쪽 끝의 6학년6반 최영호군 (13)은 수업중 담임교사가 『불이 났다. 민방위훈련이라고 생각하고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피하면 모두 무사하다』고 소리쳐 질서있게 대피했다고 말했다.
학교밖으로 대피한 학생들은 대부분 길거리에 몰려 『학교가 탄다』고 울먹였으며 사고당시 체육시간으로 운동장에 있었던 6학년5반 학생들은 『내 가방』 『내 가방』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화재소식을 듣고 달려온 1천여명의 학부형들은 제각기 아들· 딸의 이름을 부르며 학생들 사이를 헤맸으나 하오3시20분쯤 『학생의 인명피해는 전혀 없다』는 소방관의 가두방송을 듣고서야 발길을 들리는등 학교앞은 한때 큰 혼잡을 빚었다.
불이난 도송국교에는 소화기가 1·2·3층에 각1대가 있을뿐이고 불이난 4층의 방화수·소화기 창고는 종로구청에서 문서창고로 사용하고 있던 것으로 방화시설이 극히 부족했다.
도송국민학교는 일제때인 22년4월1일 공립보통학교로 개교, 36년11월12일 1차실화로 본관이 소실됐고 38년에 3층건물인현교사가 낙성됐으며 불이난 4층건물은 58년10월1일 증축된 가건물.
이 학교는 22학급 학생1천5백53명· 교원2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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