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한때 "대표 사퇴 … 백의종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네 번째 철수(撤收)정치’ 논란이 벌어진 8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 안철수 대표는 의원들에게 이렇게 입장을 설명했다고 한다.

 “청와대에 (회담을)거절당하는 모습을 보고 지지자들이 상처를 받았다. 어떻게 정면 돌파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다. 창당정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하지만 당의 목소리가 통일되어야 거대 여당과 싸울 수 있다. 당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기 위한 결정이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여론조사+국민투표’에서 무공천을 관철하는 데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말했다.

 이런 결론이 나오기 하루 전인 7일. 안 대표는 온종일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는 오전회의에서 “대표직을 내려놓겠다. 백의종군해서 선거를 돕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당원투표와 여론조사로 공천 여부를 결정하자는 안이 나오자 한 말이다. 그는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한 나의 신념은 확고하다”며 이같이 ‘절대불가’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안 대표는 “기초공천 여부에 대한 투표가 아니라 나에 대한 신임 투표를 하자”고도 했다. 그러자 김한길 대표가 “이 사안은 대표직을 걸 일이 아니다. 차라리 내가 그만두겠다”며 만류했다.

 국회에서 열린 ‘기초공천폐지 결의대회’에서도 안 대표는 “기초공천을 안 하는 게 정당으로서 얼마나 큰 희생인지 국민이 점차 알아나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이 ‘빈손’으로 국회에 왔다가 돌아간 뒤 열린 회의에서 안 대표는 “여론조사·당원투표를 하면 ‘입장을 바꾼다’ ‘철수한다’는 얘기가 나올 텐데 무공천 방침을 고수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물었다. ‘절대불가’ 입장에서 태도가 누그러졌다. 이에 김 대표가 “여론조사·당원투표 결과가 나오면 더 이상의 당내 논란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결단할 것을 여론조사에 떠넘긴다는, 무책임하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고 손익을 설명했다.

 고민하던 안 대표가 ‘여론조사+당원투표’ 방안을 수용하게 된 데는 심야회의 때 옛 새정치연합 출신 측근의 설득이 주효했다고 한다. “무공천 입장이 뒤집힐 리스크(위험부담)는 있지만 국민과 당원이 나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얻을 수 있다. 무공천 지지 의견이 우세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이에 안 대표는 ‘여론조사+국민투표’ 카드를 선택했다.

 안 대표는 3월 2일 “무공천 결단이야말로 약속 정치”라며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명분으로 무공천을 앞세웠다. 3월 31일 의원총회에선 부산에서 낙선하면서도 지역주의를 깬다는 명분으로 계속 출마한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거론했다. “손해를 보더라도 국민을 믿고 무공천을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박성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