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저가 화장품 전쟁 … 깎아주기 경쟁하다가 본전 못 챙기는 곳 수두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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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치’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저가 화장품 브랜드들이 할인 전쟁 속에서 길을 잃었다. 정기 할인을 최초로 진행했던 미샤를 필두로 더페이스샵·이니스프리·토니모리·네이처리퍼블릭 등 브랜드숍들이 뒤따라 상시 할인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32억원으로 전년 동기(536억원)보다 75.4%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420억원에서 126억원으로 70%, 매출은 4523억원에서 4424억원으로 2.2% 줄었다. 미샤는 2011~2012년 고가 수입 화장품과의 비교 마케팅으로 브랜드숍 1위에 올랐으나 지난해에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스킨푸드는 2012년까지 3년 연속 영업이익이 계속 줄었고, 네이처리퍼블릭은 2012년 43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중소규모 브랜드인 토니모리, 홀리카홀리카, 더샘 등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매출이 늘어난 곳들도 사정은 좋지 않다. 매출 성장에 비해 영업이익률은 점차 감소하거나 정체돼 있는 상태다. 미샤의 2011년 영업이익률은 10.2%, 2012년은 11.9%에서 지난해 3.0%로 떨어졌다. 에뛰드 역시 2011년 9.1%에서 2012년 8.5%, 2013년 7.7%로 영업이익률이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저가 브랜드숍이 많아지면서 할인 경쟁이 심화된 것을 영업이익 하락의 원인으로 꼽는다. 실제로 2012년 할인 일수가 30여 일이었던 에뛰드는 2013년 60여 일로 할인 기간이 두 배 뛰었고, 네이처리퍼블릭도 40여 일이던 할인 기간을 70일 이상으로 대폭 늘렸다. 미샤와 이니스프리도 마찬가지다. 이들 중저가 브랜드숍 상위 5개사의 연중 할인 일수의 합은 250일이 넘어갔다. 사실상 ‘연중 세일’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가 개념이 무너지고 고객 신뢰도 덩달아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샤 관계자는 “한 달에 한 번 할인 날짜를 정해 세일하는 ‘데이(day) 마케팅’이나 수입 화장품과의 비교 마케팅 등을 미샤가 가장 먼저 시도했는데 다른 브랜드들이 순식간에 전략을 모방해 경쟁만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할인 경쟁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에뛰드가 지난 3~5일 봄맞이 30% 할인행사를 진행했고, 미샤는 지난달 10~11일 봄맞이 할인행사를 진행했다. 더페이스샵은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2일까지 일주일간 최대 50% 세일을 했고 네이처리퍼블릭도 지난달 24일까지 주요제품을 최대 50%까지 세일했다. 미샤 관계자는 “해외시장 개척, 남성용 화장품 등도 활로가 될 수 있지만 브랜드의 대표상품을 키우는 것이 가장 주효한 전략”이라며 “고객들이 국내 브랜드숍 제품의 품질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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