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만에 돌아온 '오색 동백', 고향 울산에 다시 뿌리 내릴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울산시청에서 꽃을 피운 오색팔중 동백.

울산시청 정원에는 특별한 동백나무 한 그루가 있다. 이 동백 주변에는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돼 있다. 24시간 감시를 위해서다. 동백나무의 유래 등이 적힌 안내판도 설치돼 있다. 이처럼 동백나무가 특별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연은 400여 년 전 임진왜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울산시 중구 학성동 일대는 오색팔중(五色八重) 동백의 자생지였다. 오색팔중은 한 나무에 다섯 색깔(오색)의 여덟겹(팔중) 꽃이 피어 붙여진 이름이다. 흰색과 분홍·진홍 등이 섞여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희귀한 동백이다.

 임진왜란 때 울산을 유린한 왜장 가토 기요마사가 이 동백을 일본으로 가져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자주 찾던 교토의 절에 심었다. 이후 이 절은 ‘동백나무절’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울산에선 오색팔중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오색팔중은 1992년 5월 울산 민간단체들의 노력으로 다시 울산에 돌아왔다. 당시 한국예총 울산지부장이었던 최종두(75·시인)씨가 일본에서 오색팔중을 발견해 끈질긴 동백 송환운동을 벌인 끝에 단 한 그루를 돌려받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95그루로 늘었다. 울산시농업기술센터가 지난해 4월부터 증식작업을 해 어린 묘목으로 길러낸 덕분이다. 증식된 오색팔중은 현재 꽃망울을 터뜨렸지만 묘목 건강을 위해 제거됐다. 묘목 크기는 30㎝ 정도다.

 농업기술센터는 증식에 가지를 잘라 기르는 삽목(揷木)법을 썼다. 꽃씨로 새 싹을 길러낼 경우 나무 세대가 달라져 특성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하루도 빠짐없이 생육상태를 관찰하고 온도·습도를 관리하는 등 정성을 다했다.

 농업기술센터는 오색팔중을 3~4년 더 키워 노지에서도 잘 자란다고 판단되면 울산시청 등 관공서에 심을 계획이다. 별도의 동산도 만들 계획이다. 고향에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다.

 한편 울산 차인연합회는 오색팔중이 돌아온 것을 기념해 2012년 봄부터 매년 헌다례(獻茶禮·차를 올리는 의례)를 하고 있다.

차상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