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폰 리스크' 벗어난 코오롱 … 아라미드섬유 해외 공략 채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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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코오롱이 듀폰과의 소송전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으면서 아라미드(Aramid) 섬유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그동안 견제가 심했던 미국·유럽 시장에서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현재 경북 구미공장에서 한 해 5000t(매출 700억원대)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5조2600억원인 회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안팎이지만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선 코오롱이 조만간 증설 등 투자계획을 내놓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코오롱 관계자는 6일 “현 시점에서는 소송에 주력할 것”이라며 “투자 방안은 아직 거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 최지호 연구원은 “코오롱은 품질·가격 등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5년간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해외영업에 애로를 겪었다”고 분석했다.

 코오롱은 3일(현지시간) 나온 미국 항소심 판결로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할 기회를 확보했다.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코오롱에 1조원 규모의 손해배상 등을 명령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재판을 하라며 버지니아 동부법원으로 환송했다. 재판부 교체도 명령했다. 코오롱 관계자는 “1심 판사는 임용 전 듀폰의 법률자문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었다”며 “앞으로 진행될 파기 환송심에서도 승소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기대했다. 한편 듀폰 측은 “2심 재판부도 코오롱의 위법 행위에 대해 인정했다”며 “환송심에서도 우리가 유리할 것으로 확신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라미드섬유는 강도·내열성이 탁월해 헬멧·방탄복·소방복 소재 등으로 쓰인다. 강도가 강철보다 5배 뛰어난 ‘파라계’와 열에 견디는 내열성이 우수한 ‘메타계’로 구별되는데, 코오롱은 파라계 아라미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시장 규모는 5만t, 금액으론 1조7000억원대다. 미국 듀폰과 일본 데이진의 점유율이 80%를 넘는다. 코오롱이 재판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면서 다른 업체들도 투자 채비에 나서고 있다. 현재 효성은 파라계, 도레이케미칼(옛 웅진케미칼)·휴비스 등은 메타계 아라미드를 소량 생산 중이다. 휴비스는 파라계 아라미드도 연내에 상업 가동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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