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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돌팔이 의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시민의 재산과 생명을 위협하는 갖가지 사회악 중에서도 돌팔이 의사의 행패야말로 가장 얄밉고, 악질적인 소행이 아닐 수 없다. 다른 범죄와는 달리 그들의 파렴치한 행위는 병고에 시달리는 많은 시민들의 생명 자체를 가장 직접적으로 위협하기 때문이다.
지난 14일만 해도 검찰은 서울시 한 복판에서 버젓이 간판을 내걸고 행세하던 의료 부조리 사범 30여명을 적발했다고 한다.
눈물도, 피도 없는 죽음의 사자들이 『생명을 구해드립니다』라는 간판을 내걸고서 생명을 죽여주는 장사를 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분하고 등골이 오싹해지는 일이다.
당국이 무면허 가짜 의사와 불법 의료 행위를 단속하고 적발·처벌한 것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들 「죽음의 상인」들이 여전히 독버섯처럼 번져만 가고 있으니 그 까닭은 도시 무엇인가.
지난 몇햇동안의 사례를 두고 보건대, 그 이유는 돌팔이 집단과 파렴치 의료인의 암약이 놀랄 만큼 조직화된 데 비해 당국의 대응책이 그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인 듯 하다.
돌팔이 집단의 사기 행각을 보면 개중에는 보따리 하나만 꾸려 들고 이곳 저곳에서 당국의 눈을 피해 출몰하는 부류들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거물급들은 완전히 기업화되고 조직화되어 있는 것이다.
이들은 직접 의료 행위를 할 수 없게 된 노령 의사들의 면허증 등을 한 달에 20만∼30만원씩 세를 내거나, 과거 북한에서 의사 자격을 얻은 양 관계 서류를 위조한 다음 버젓이 병원 간판을 내건다.
또 심지어는 협회니, 친목회니 하는 따위의 조직망과 「의사 복덕방」까지 차려 놓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환자를 천거해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암을 고쳐 준다』느니, 『위장병의 특효 비방이 있다』느니 하는 황당무개한 과대 선전과 중간 알선자의 꾐에 빠져 숱한 시민들이 그들의 교묘한 속임수에 걸려 들어왔다.
특히 공포 주변에 출몰하는 돌팔이들은 싼값으로 성형수술을 해준다는 속임수로 순진한 여공들을 끌어들여 코 안에 엉뚱한 이물을 주사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한다.
그러나 정작 위험천만한 일은 소파수술과 소아과의 경우라 해야 할 것이다. 돌팔이에게 소파수술을 맡긴 탓으로 숱한 여인들이 비명에 숨져 갔고, 그들이 떡먹듯이 주입해 넣는 항생제 때문에 얼마나 많은 어린 생명이 결딴났던가. 이 파렴치한 사기꾼들 가운데는 심지어 마약중독자가 적발된 사례까지 있었던 것으로 보도된바 있다.
지금까지 이들을 취체하는데 있어 당국은 주로 의료법 시행령을 적용해 면허를 취소해 오곤 했으나 앞으로는 특별 가중 처벌 같은 것을 마련해 엄중히 처벌함이 마땅할 것이다.
아울러 의료 감시원을 더 많이 확충하거나 사법 경찰의 협조를 얻어 병원과 진료소의 업무 감독을 철저히 하고 의료 종사자와 그 보조원들의 정확한 신상 신고를 정기적으로 제출하게 하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의료 부조리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결국 의료·보건 행정을 더 정밀하게 합리화함으로써 돌팔이들이 자리잡을 만한 소지를 없애버리고, 일단 적발된 자들에 대해서는 중형에 처하는 도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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