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시립병원 헤매다 전동차 역상자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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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열차 사고로 위독한 환자를 시립병원과 국립병원이 모두 치료를 거부, 결국 환자는 병원을 찾아 옮겨다니는 도중 숨졌다.
29일 하오 2시쯤 서울영등포역과 구로역 중간지점(서울 깃점 10.5km)에서 신창공업 사 (대표 김남석·40)선반공 조정갑 군(19·서울영등포구문내동3가58의33)이 수원 발 성북행 제534 전동차(기관사 홍숭묘·28)에 치여 두 다리가 모두 끊기는 중상을 입고 서울 시립영등포병원과 국립서울병원(구 철도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두 병원이 모두 환자치료를 거부하는 바람에 숨졌다.
사고가 나자 기관사 홍씨는 조 군을 영등포역안내원 신장쌍씨(34)에게 인계, 신씨는 조군을「택시」에 태워 하오2시25분쯤 가장 가까운 영등포시립 병원으로 옮겼으나 병원 응급실 측은 신씨의 철도원 복장만을 보고는『철도 병원으로 데리고 가라』며 치료를 기피, 병원「앰뷸런스」에 태워 국립서울 병원으로 보냈다는 것.
그러나 국립서울병원에서도 『영등포시립병원이나 이곳이나 마찬가지 입장인데 왜 이곳으로 보내느냐』며『철도원의 공상도 아닌데 시립병원「앰뷸런스」를 타고 온 환자는 받을 이유가 없다』고 치료를 거절, 조 군은 다시 영등포시립병원으로 되돌아 와 하오4시50분쯤 숨졌다는 것.
피를 너무 많이 흘린 조 군은 되돌아오는 「앰뷸런스」안에서 『억울하다. 형에게 이 사실을 전해달라』며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고는 숨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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