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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단 사에 남을 「명작」을 보이겠다." |한일 정상대국을 앞둔 세 정예기사는 말한다>서봉수 왕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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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프로」기사로서 승부에 집착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결과가 중요한 만큼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대가 누구이든 우선 좋은 내용의 바둑이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조치훈7단·「고바야시」(소림광일) 7단 등 일본기계 정상기사와의 대면 대국을 위해 동경으로 떠나는 한국기계의 정상 서봉수 왕위(23)는 출발에 앞서 담담하게 소감을 털어놨다.
지난 2월 중앙일보·동양방송 주최 국내최고 「랭킹」기전인 왕위전에서 김인 전 왕위로부터 3승 1패로 왕위 「타이틀」을 탈취한 직후 그는 『조치훈 7단과의 대면 대국은 나의 기력을 가늠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따라서 서 왕위는 이번 동경대국이 실현되기까지 조 7단은 물론 일본기사들의 각종 기보를 연구하는 등 상당한 열의를 보여왔다.
한국 기단사상 최대의 친선대국으로 기록될 이번 조 7단-서 4단의 동경대국은 이들이 양국기단을 대표하는 최 정예 기사들이라는 점에서 뿐 아니라 조 7단은 일본기계에서, 서 4단은 한국기계에서 수업 성장한 기사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갖게 한다.
조남철 김인 윤기현 하찬석 조상현 등 각종기전 「타이틀」보유자가 모두 일본에서 수업한 기사인데 반해 서 왕위만은 예외. 그러나 서 왕위는 『분위기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바둑공부를 어디서 하느냐에 따라 기력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고 『다만 일본기계 견학은 나의 바둑생활에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조 7단은 바둑을 떠나서라도 꼭 한번 만나고 싶었다』는 서 왕위는 조 7단의 바둑에 대해서 『기력자체도 최고의 수준으로 생각하지만 그 강인한 정신력에 감탄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한편 자신의 바둑에 대해서도 서 왕위는 『바둑공부가 끝이 있겠는가』고 반문, 『그러나 바둑에 연령이나 정신력의 한계가 있다고 본다면 지금의 기력이 절정이 아니겠는가』고 함빡 웃으면서 『선으로라면 이세상의 어느 누구와도 나의 모든 것을 걸고 대국해 보고 싶다』고 만만한 자신을 보였다.
『「스포츠」에는 「홈·어드벤티지」라는 것이 있다지만, 바둑에서야 그런 것이 작용하겠습니까. 대국에 열중하다보면 시간이나 장소, 심지어는 누구와 두는 가도 잊게 되는 수도 많으니까요.』
대국 장소가 일본이기 때문에 혹시 심리적 위축감을 가지지 않을까에 대해 이같이 말한 서 왕위는 『승부를 초월한 좋은 바둑을 두어야겠지만 반드시 이겨서 우리 나라 바둑「팬」 의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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