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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식 기자의 새 이야기 ② 홍여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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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산수유 마을에 상춘객이 줄을 잇습니다. 그 행렬 속에서 혹시나 만날 수 있을까 은근살짝 임, 아니 새를 찾아 봅니다. 홍여사? 아니 홍여새죠. 꽃과 새, 얼마나 평화로운 풍경입니까.

여새과의 홍여새와 황여새 두 종을 구분하는 건 간단합니다. 꼬리 끝이 붉으면 홍여새, 노란색이면 황여새. 40~50마리가 떼지어 다니는데, 두 종이 섞여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홍여새 무리에 황여새가 섞여 있기도 하고,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여새는 향나무·회화나무 열매를 먹기도 하지만 산수유 사랑이 유별납니다. “참 좋다”고 주장하는 광고에 혹했을 리 없지만, 여새가 탐닉하는 건 산수유 열매입니다. 사람들은 팝콘처럼 터진 꽃에 빠져들지만, 이들은 차돌같이 딱딱한 열매를 꾸역꾸역 삼킵니다.

안성식 기자

산수유 한 그루 털어 자식 대학 보냈다는 ‘대학 나무’ 얘기는 전설일 뿐, 요즘 산수유 열매는 이름값도 못합니다. 일손도 없지만, 값싼 중국산이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산수유로 유명한 구례든 이천이든 말라비틀어진 채 버려진 열매가 지천입니다. 그러니 무상으로 먹기만 해대는 새들을 구박할 사람도 없습니다.

검붉은 열매의 약발인지 이들의 깃에는 윤기가 잘잘 흐릅니다. 영어 이름 왁스윙(Waxwing)이 빈말은 아니지요. 잔인하다는 4월, 금세 시들 꽃에만 홀리지 말고 꽃, 그 다음의 열매도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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