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이세돌 왕위전 징크스 깨나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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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기전에 온통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국내 기전의 대들보 격인 37기 왕위전 본선리그가 막 출범하며 조용히 화제를 모아가고 있다.

왕위전에 깊은 한이 맺힌 이세돌3단이 개막전을 이겨 전의를 다지고 있고 신예 김주호2단도 조훈현9단의 대마를 잡고 불계승, 새롭게 돌풍을 일으킬 조짐이다. 안조영7단도 서봉수9단을 꺾어 전반적으로 신예들이 관록파들을 압도하는 형국이다.

왕위전에서 13번이나 우승한 조훈현9단은 지난 24일 박정상3단을 꺾어 1승1패를 만들었지만 올해는 도전권까지 가기 위해선 숱한 가시밭길을 넘어야 할 것 같다. 본선리그는 이제 초반전. 그러나 '8명 리그'의 속성상 첫판의 승패는 매우 중요하다. 첫 획을 잘못 긋는 순간 도전권은 절반쯤 날아가기 때문이다.

왕위전의 최대 관심사는 이세돌3단의 행보다. 왕위전과의 '3년 한'을 털고 올해는 우승을 차지할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기구한 운명의 장난에 휘말려들 것인가.

이3단은 3년전 왕위전 본선리그서 파죽의 6연승을 달리다가 막판 서봉수9단에게 덜미를 잡혀 동률이 됐고 서9단과의 재대결에서도 패배해 도전권을 놓쳤다. 당시 도전기 첫판을 유치한 춘천에서는 '왕위 이창호9단과 도전자 이세돌3단'이란 플래카드까지 내걸었다가 황급히 철거하는 해프닝마저 벌어졌다.

2년 전에도 3명이 동률1위가 되어 재대국이 벌어졌으나 이3단은 천적 안영길5단에 패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왕위전은 신기하게도 지난해 또다시 동률을 이뤄 조훈현9단, 조한승5단, 이세돌3단 3명이 재대결을 벌였고 여기서 이3단은 두 기사를 연파하고 드디어 도전권을 품에 안았다. 천신만고 끝에 얻은 도전권이었다.

그러나 이3단은 이창호9단과의 도전기에서 첫판을 이겼으나 2대3이란 박빙의 스코어로 역전패당해 타이틀 획득에 실패했다. 중앙일보사가 주최하고 삼성생명이 후원하는 왕위전은 이창호9단이 7연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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