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심기의 생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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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0년 후를 바라면 나무를 심으라 했다.
그러나 그것은 이제 옛말이다. 황폐한 국토를 다시 찾는 일은 나라의 백년지계인 동시에 당장 2, 3년 뒤의 수익을 보장하는 십년지계 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었던 땅이 녹아 이제 다시금 맞이한 국민식수 기간에는 이처럼 다양해진 나무심기의 뜻이 골고루 펴지기 바란다. 그래서 적게는 좁은 앞마당의 묘목심기에서부터 크게는 농가의 기업 조림에 이르기까지 푸른 국토를 가꾸는 마음이 넘쳐흐르게 되기를 기대한다.
올해는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이 마련 된지 4년째다. 그 동안 적지 않은 산림개발관계법령이 정비되었고 조림과 관리에 대한 인식도 비할 수 없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는 나무심기가 식목일만의 관심사 일뿐이며 무엇을 어디에 심을지, 심지어는 왜 심어야 하는지조차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이런 무관심이나 무성의가 남아 있는 한 나무심기는 십년지계는 커녕 일년지계도 될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이는 곧 나무심기를 겨우 국토 미화의 차원에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벗어나는 길은 산림 개발의 참뜻이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나라와 개인이 함께 유망한가를 주지시키는데 있다.
본사가 지난해부터 「황폐한 국토를 다시 찾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는 그 동안 그나마 좁은 국토를 거의 내버린 채 지내 왔다. 산지가 국토의 7할을 넘는데도 그것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엄두는 내지 않고 자원 부족만 한탄한 것이다. 방대한 유휴지를 그대로 놀리면서 우리는 막대한 식량과 목재를 수입하지 않았는가.
이 아까운 땅을 한치라도 더 갈아 식량 작물이나 유실수를 심는다면 이는 곧 국토의 확장이 아닐 수 없다. 전국에는 아직도 개발 가능한 유휴 산지가 1백60여만 정보에 달한다.
이 땅을 개간하여 토질에 맞게 갖가지 경제 수종을 재배하고, 농목축 용지로 활용할 경우 그것은 국토 넓히기뿐 아니라 식량증산·소득증대의 효과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생활화한 나무심기가 나라의 백년지계가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매우 다행스런 것은 최근 정부 관계자들의 이에 대한 의욕이 매우 높아지고 민간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그렇다 해도 이런 원대한 국가 목표가 단순한 정책 지원이나 몇 가지의 입법 조치만으로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범국민적인 이해와 참여, 그리고 정부의 강력하고도 인내성 있는 각종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식수 기간에는 나무심기가 수익성을 수반하도록 권장, 지도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무턱대고 심기 전에 곳곳의 토질을 면밀히 조사하여 경사가 낮은 곳에는 밤·호두·살구·「피캔」 등 수익성이 좋은 유실수를 골라 심게 해야 할 것이다.
국내의 전문가들의 조사로는 이들 각수를 국민 모두 10그루씩만 심어도 10년 뒤에는 3조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한다. 특히 이 나무들은 속성수와 함께 경사가 30도 가까운 중턱이나 하천부지, 밭 가장자리 등 어디에나 심어도 잘 자란다.
높은 지대에는 장기수나 연료림을 심는 등 적절히 땅에 맞추어 알맞은 수종을 선택한다면 국민식수의 효율성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나무 심는 일의 중요함이 널리 인식되면 사후관리나 애림 사상의 고취는 훨씬 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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