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우리가 충고를|누가 민주주의를 수호 할 것인가|윤천주<서울대학교 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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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월남의「허명」어디로 갔나>
멀지 않아 월남이 공산화된지도 1년이 된다. 그 동안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한번 돌이켜보지 않을 수 없다.
「자유」와「인권」「민주주의」를 위한다고 떠들던 그 당시 월남의 종교·언론·지성인사이의 반정부 인사들은 이제 무엇을 하고있는지 조용하기만 하다. 그들의 이름은 벌써 기억에서조차 희미해졌다. 그리고 월남인들의 운명을 끝까지 책임이라도 져 줄듯이 월남의 내정에 간섭해온 우방의 몇몇 정치인이나 언론도『언제 그랬더냐』는 듯이 시치미를 뚝 떼고 있다.
이것은 참으로 엄청난 변화다. 「민주주의의 상징」처럼 굴던 그들의「허명」도 사라졌고 비판과 비난 등 모든 것이 사라졌다. 그뿐이랴! 가슴아프게도 가장 중요한 것 즉「민주주의」와「자유」와「인권」이 송두리째 월남에서 없어지고 만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일부 반정부인사들의 발언과 행동은 그들의 의도에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이적행위가 되었고, 이들은 대대적으로 선전 옹호하던 우방의 신문이나 정부에 대해 조언과 충고, 심지어 내정 간섭적인 비판을 일삼던 우방의 정치인·지식인은 적의 통일전선 구축에 이바지하는 역할을 한 것이 되고 말았다는 것을 보았다.
월남이 공산화된 이후 동남아에서는 변화가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데 그중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것이 태국에서의 미군 철수의 요구다.
태국은 그 동안 우방의 이른바「진보적」정치인이나 또는 그들을 추종하는 일부 언론의 구매에 꼭 알 맞는 국내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미군 철수를 느닷없이 요구하고 나섰다.

<적과 우방을 변별할 책임>
미국관리는『우리를 원하지 않는 곳에 더 이상 머물러 있지 않겠다』그 응수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구차스럽기 이를데 없는 이야기다.
여기서 한가지 궁금한 점은 어째서 미국의 왈「진보주의자」들이 태국의 미군철수 요구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반반의 의사표시가 없는가 하는 것이다.
지난번 명동사건은 우리에게는 불행한 일이었다. 월남의 교훈을 올바로 이해한다면 그런 일이 또다시 일어나서는 아니 되겠거니와, 또 그것이 퍼져서도 아니 되겠다. 그뿐 아니라 미국의 이른바「진보적 정치인」과 이들을 추종하는 언론인도 이제는 그 교훈을 더욱더 절실하게 느껴 적과 우방을 변별하는 입장에서 다루어 주기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우방이라 해서 또 다시 함부로 남의 국가원수를 모독하거나 주권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내정 간섭적인 과오를 범하여서는 안된다. 충고로 한다는 언론이 막대한 원조와 인명상의 희생, 그리고 무엇보다 귀중한 「자유」와「민주주의」를 송두리째「공산화」와 바꾸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된다.

<작금의 내정 간섭적 경향>
최근에 있었던 일로서 한국문제에 관한 미국회의「1인 청문회」는 그 자체가 벌써 미국여론 상에 무의미하게 된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지만 개최의 사실만이라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북한공산 측의 선전전략을 생각한다면 공산주의와 투쟁하는 국가에 해만 끼치게 된다는 것을 인식하여야 한다.
지금처럼 월남의 교훈을 올바로, 이해해야 할 긴요성이 절실한 때가 없다. 이 지구상의 어느 곳에서라도 결코 제2의 월남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간절한 염원에서 이번에는 우리가 충고를 해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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