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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장 부인, 군수업체 주식 보유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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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방효복 한국국방연구원장의 부인이 군 작전 시뮬레이션 개발업체의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관보에 게재된 고위공직자 재산변동신고에 따르면 방 원장의 부인은 군수업체 심네트의 주식 4348주를 보유하고 있다. 국방연구원(KIDA)은 무기 체계 등 방위산업 전반에 걸쳐 사업의 소요를 검증하고 사업타당성을 조사하는 국방부 산하 기관이다. 방 원장의 부인이 주식을 보유한 심네트는 1999년 설립된 M&S(모델링 및 시뮬레이션) 개발전문업체로 합동참모본부의 태극합동작전(JOS), 육군의 화랑 및 전투근무지원, 해병대의 상륙작전 모델 제작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수십억원대의 국방 관련 사업을 수주해왔다. 지금도 육군교육사령부에서 전투21 KCTC 연동체계와 전투지휘훈련 모델 제작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비상장회사이기 때문에 일반인의 주식 구입이 쉽지 않다.

 이에 대해 국방연구원 감사팀 관계자는 “방 원장이 투자 권유를 받아서 (부인을 통해) 구입했다고 들었다”며 “주식을 구입한 시점이 오래된 데다 액수(1041만7000원)도 얼마 안 돼 별 문제가 안 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방연구원 수장이 특정 군수업체의 주식을 보유한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군 내부에서 나온다. 익명을 원한 군 인사는 “방 원장은 군수사업 수주에 큰 영향을 끼치는데 군수업체 주식을 갖고 있는 것은 오해를 살 수밖에 없는 처신”이라며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때도 똑같은 논란이 있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김병관 후보자도 지난해 청문회 당시 배우자가 과거 리튬전지를 군에 납품했던 비츠로셀 주식 1000주(576만원)를 보유해 군 안팎의 비판을 받았다.

 방 원장은 통화에서 “군 동기가 예편한 뒤 사업을 한다고 해서 도와주려고 투자한 것일 뿐 이재의 수단으로 산 게 아니다”며 “투자 후 10년 가까이 보유만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방 원장은 1999년 한미연합사 기획참모부에 재직했으며 이후 국방부 정책국장, 육군참모차장 등을 역임했다.

 이 외에도 현역 군 장성들이 군수업체의 주식을 보유했다가 최근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삼득 중장(국방부 산하 기관장)은 본인, 김유근 중장(○군단장)은 부인이 풍산의 주식을 최근까지 보유했다가 팔았다. 풍산은 군에 포탄과 총알 등을 가장 많이 납품하는 주요 군수업체다. 한동주 중장(○군 사령부 부사령관)의 부인도 보유하고 있던 한국항공우주(KAI)의 주식을 얼마 전 팔았다. 한국항공우주는 최근 필리핀으로 경공격기 FA-50 12대를 수출한 군수업체로 지난 1년 동안 30% 가까이 주식이 올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재윤(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번 원전 비리 때도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이 부품업체 주식을 보유한 것이 확인돼 심각한 문제가 됐다”며 “군 고위 관계자들이 군수업체에 주식 투자를 하고 있었다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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