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저축 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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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를 「총력저축의 해」로 정한 정부는 1조원 저축추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24일 확정했다. 금융저축 6천억 원을 비롯해서 증권·보험저축 등 1조원 목표를 달성하는 일은 그 방법여하에 따라서 쉬울 수도 있고 반대로 지극히 어려울 수도 있다.
문제는 물가수준을 어느 선에서 안정시키면서 소기의 저축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느냐에 있다. 정부가 공약한대로 물가상승률을 10%선에 억제하려 한다면 당연히 국내여신이나 통화량은 증가폭이 크게 억제되어야하고, 시중 유동성규모도 상대적으로 억제되어 저축자원이 핍박하게 되기 마련이다. 반대로 물가억제목표를 탄력적으로 생각한다면 국내여신의 확대·재정적자의 확대 등 수단으로 저축은 충분히 창출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가 추진키로 한 가계예금 이자에 대한 면세, 개인대출에 대한 적금가입 의무화, 재형저축의 우대, 「보너스」부 보험실시, 의료적금제실시, 소비금융억제 등 조치는 물가 억제선을 지키면서도 필요한 투자규모는 집행하겠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때문에 특별금리나 면세, 또는 「보너스」등 지급을 저축추진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 과연 소기의 성과를 가져오게 될지는 의문이다.
우선 올해의 투자계획과 수입계획, 그리고 국내여신계획의 관련성으로 보아 자금수요는 높은데 그 공급은 여러 면에서 애로가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만일 1조원 저축추진 계획에서 예상하는 저축유인이 소기의 효과를 가져오는데 미흡하다면 시중의 실효금리는 상승할 수밖에 없고, 그 때문에 공공예금으로의 자금환류는 어려워질 것을 예상해야 한다.
올해 들어 2월 하반월까지 국내여신은 1천억원 이상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예금은 별로 증가하지 못하고 있음을 직시해야한다. 그렇다면 저축증가를 위한 공공금리유인이란 별로 대단한 것이 되지 못할 것이 아니겠는가.
자금수요에 근본적인「갭」이 존재하는 한, 공금리가 시중실효금리를 따라갈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여신을 확대하거나 투자계획을 축소시키지 않는 한, 실효금리와 「갭」을 메울 수 없게되고, 때문에 1조원 저축추진계획을 강력히 추진하면 과당경쟁에 따른 금융부조리가 다시 노출할 가능성이 많다.
또 투자신탁증권, 채무이자율과 예금이자율, 단자금리 등에 비현실적인 이율 차가 존재함으로써 저축기관간의 경쟁에「핸디캡」이 있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요, 그 때문에 그 「갭」을 보상하는 「커미션」문제가 저축추진의 강화와 더불어 재연될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여러 갈래의 자금「채늘」과 다양스런 금리체계를 전제로 하는 한, 적지 않은 부작용이 야기될 것은 명약관화하므로 자금의 종류를 단순화하고, 자금 「채늘」간의 금리 차를 근본적으로 조정해야할 것이다.
끝으로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젯점은 저축이 소득의 함수라는 사실이다. 74년과 75년 중의 이례적으로 높은 물가상승 때문에 비록 GNP성장률은 상당수준을 기록하고 있더라도 많은 정액 소득자들의 실질 가처분소득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가계저축에 지나치게 큰 기대를 걸기는 힘들 것이다.
오히려 근자의 저축동향은 기업 예금화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깊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만일 기업 저축화비율이 높아지는 동향이라면 가계예금의 획기적 증가를 노리는 저축추진계획은 초점이 빗나간 것일 수도 있다.
저축의 획기적 증대는 물가억제와 소요 투자재원의 조달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절대적인 요건이기는 하나, 이 시점에서 가계저축에 너무 큰 기대를 거는 추진계획이 과연 적절한 것이냐는 좀더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또 그것이 새로운 금융부조리로 연결되지 않도록 하는 깊은 배려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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