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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촌에 보낼 의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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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보사부는 올해 안에 전국의 무의촌을 없애고 공석중인 보건소장 자리도 모두 메우기로 한다는 것이다.
보사부가 이번에 무의 지역 일소책으로 밝힌 이 같은 방안은 얼핏 묘안이라고 평가받을 만하다. 첫째로 의사 고시에 떨어진 의대 졸업생에게 「조건부 면허」를 주어 무의촌에 배치한다는 것과, 둘째로 벽지에서 개업하려는 도시 지역 의사에게 개설비 5백만원씩을 장기 저리로 융자해주며, 세째 보건 소장의 대우를 개선하고 그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한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의대 졸업생에게 「조건부 면장」을 주어 무의 지역에서 2년간 복무케 한 후 정식 면허를 준다는 방안은 아무래도 그대로는 찬성키 곤란한 것 같다. 그 같은 궁여지책을 고안해 낸 보사 당국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나 의료 행위는 귀중한 인명을 다루는 것이기에 편법을 쓰는 일은 삼가는 것이 도리라 하겠다.
뿐더러 정식 면허를 얻은 이도 다시 최소한 3년의「인턴」후 레지던트 과정의 수련을 쌓는 것이 보통이며 면허를 취득한 후 곧바로 개업한 의사들조차도 대개 전문의 과정을 거친 후 시험을 치러 전문의로서의 의료 활동을 하는 우리 나라 의료 제도와 의학계 일반의 풍토를 해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혹시 군법무관 임용 시험에 합격, 10년간 복무한 자에게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 군법무관 임용 법 제도를 들어 이를 합리화하려 들지 모르나 사실은 이 제도에도 문제가 없지 않았다.
그 같은 방안은 자칫하면 의사의 자질저하를 초래하는 부작용을 낳을지 모르는 일이다. 현재의 여건 하에서는 우선 잉여 군의무관 요원의 활용 (군복무 대신 보건소 근무) 등을 우선적으로 검토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다음 벽지에서 개업하고자 하는 의사에 대한 5백만원씩의 융자는 적절한 방안이라 하겠다. 비록 액수는 미흡하지만 이 같은 금융 혜택과 함께 세제상의 혜택을 줄 수 있다면 의료인력수급의 극심한 지역적 불균형을 시정하는데 상당한 유인이 되리라고 본다.
세쨋번의 보건소장의 대우 개선과 정년 연장 역시 효과적인 방안이라 하겠다. 현재 보건소와 보건지소가 일선 보건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의사 및 보건 인력의 확보가 어렵고 그들의 이직율이 높으며 사업비와 시설 및 장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건소장직에 대한 인기가 없고, 이 때문에 인사 이동이 자주 일어나는 까닭은 보건소장의 직급이 낮고 보수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일 것이다.
예과 2년, 본과 4년의 긴 교육 과정을 마치고 국가 의사 고시까지 합격한 보건소장들로서는 의수의 지휘 감독을 받도록 돼 있는 직제 때문에 미묘한 심리적 갈등을 일으키기 쉬울 것이며 도시의 동료 의사들과 비교하여 너무도 적은 보수와 너무도 낮은 지위가 이들의 보건소장 취임을 경원케 하는 원인이 되고 있음직하다.
거기다 보건소장에게는 인사권이 없을 뿐 아니라 보건소는 거의 좌천되는 자리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보사 당국은 결코 매력적이라 할 수 없는 농어촌 벽지에서 인술로써 봉사하려는 의료인들에게는 재정이 허락하는 한 최고의 대우로써 적어도 도시 개인 병원 근무자 정도로는 처우해야 하며, 아울러 정신적 우대의 방안도 강구해야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의료인 양성 제도를 바꾸어 무의촌에 대한 일정 기한의 의료 봉사가 하나의 의무 제도로서 기능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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