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매맞는 아내가 많다|서독여성단체서 「피해주부 돕기」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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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같이 「여성상위시대」에 부인이 남편한테 매를 맞았다고 하면 당장 이웃으로부터 핀잔 받을 것 같지만 의외에도 많은 서양여성들이 남편이나 애인한테 매를 맞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서독·영국·화란 등 서구 여러 나라에 심심찮은 화제를 던져 주고 있다.
『보리타작하듯 마누라를 두들겨주면 훌륭한 보리수확과 착한 자녀를 얻는다』『매일 마누라를 두들겨 주라. 장본인은 이유를 몰라도, 매를 맞은 마누라는 그 이유를 알게된다』는「프랑스」·독일의 속담을 보면 서독에서 등 남정네의 폭력은 전통이 깊은 것 같다.
통계에 의하면 서독에서 만도 1년에 남편의 매질을 견디지 못해 집을 뛰쳐나오는 가정주부의 수효가 10만명이나 되며, 그밖에 창피해서 신고를 않은 피해 주부들의 수효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피해 주부 돕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한 기구가 피해주부 1백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피해자들 전부가 남편으로부터 주먹으로 얻어맞았으며 2명 중 1명 꼴로 발로 밟히거나 다른 집기로 구타당했다.
전체 피해자 중 17명이 칼·면도칼·깨진 병으로 상처를 입었고, 11명이 화상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으며, 4명 중 1명 꼴로 갈비뼈나 이빨이 부러졌고 그중 4명은 턱뼈와 어깨뼈가 부러진 일도 있다고 한다.
사회 계층별로 보면 대부분의 주부피해자들이 저소득층에 속하지만 부유층과 상류층의 주부들은 남편으로부터 매를 맞고도 부끄러워 친지나 친척에게 하소연할 뿐 경찰이나 보호기관에 신고를 않는다고 한다.
이들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나선 서독의 여러 여성단체들은 이미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 피해여성의 일시적인 안식처로 설치한 「주부의 집」을 본 따서 서독에서도 행할 계획이다. 영국에서 피해주부 돕기 사업을 창안한 「에린·피지」여사의 『이웃사람 듣겠다, 살살 소리내라』라는 구호가 영국민에게 충격을 주어 마침내 각 정당대표로 구성된 위원회가 진상조사 후에 인구 5만명이상의 도시마다 피해여성을 위한 위기「센터」를 상실토록 정부에 건의, 이미 80개의 「주부의 집」이 세워졌다.
영국의 성과를 토대로 서독에서의 「주부의 집」이 설치 계획이 세워졌으나 정부의 긴축예산 조처로 정부지원을 못 받고 있는 서독여성단체들은 우선 개인헌납과 「바자」등의 사업수입금으로 이미 세워놓은 「베를린」과 「함부르크」의 「주부의 집」이외에도 서독전국에 남편학대로 고통받는 주부와 자녀들을 수용할 「주부의 집」을 세워나갈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갈 것이라고. 【프랑크푸르트=엄효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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