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영화계에 르네상스 침체 벗고 세계영화 리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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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제 세계의 영화계는 다시 독일에 의해 리드되어 가는 것 같다. 종래의 호화만으로 만들어진 할리우드 영화에 비하면 황량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세계의 영화 팬과 비평가들은 독일의 새로운 영화에 찬사와 갈채를 보내고 있다. 근착 미주간 뉴스위크지는 커버·스토리로 이것을 다루었다.
독일의 영화를 다시 재건시킨 사람들은 주로 뮌헨을 중심으로한 젊은 감독들. 베르너·헤르초크(33)는 『카스파·하우저의 죽음』이란 작품으로 지난해 칸느 영화제의 인기상·심사위워상·비평가상을 휩쓸었다. 이 작품은 지난 9월에 다시 뉴요크·필름·페스티벌에서도 미국 비평가상을 받는 행운을 차지했다.
이제 겨우 30대초임인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는 영화사상 처음으로 런던·필름·페스티벌에 한 감독으로서 3개의 작품을 동시에 출품하는 이례적 대우를 받았다.
영학계 인사들은 입을 모아 이들의 쾌거를 『독일영화의 르네상스』라고 평가하고 있다. 나치가 들어서기 이전 바이마르의 영화 황금시대를 되찾았다는 것이다.
영화계에서도 전전의 회복을 기도, 『베를린의 노래』 『마지막 다리』 등 야심적인 시도가 반복되었으나 나치 폭정과 전쟁으로 유실된 인적자원은 보충되지 못했었다.
유럽의 영화계는 펠리니 안토니오니 등 이탈리아의 신사실주의, 트뤼포 고다르 등 프랑스의 새로운 영화 붐이 지배하고 있었다. 반면 독일에서 제작된 작품들은 달착지근한 애정영화·박력 없는 드릴러가 고작이었던 것이다.
전후세대인 헤르초크의 성공작 『카스파·하우저의 죽음』은 1820년대 독일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으로 페터·하트케 등이 드라머화 하기도 했던 유명한 이야기.
젊은 감독 헤르초크에 의해 이 영화는 현대사회가 죄 없는 자를 어떻게 배반하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편 파스빈더는 헤르초크 보다는 차가운 사실주의자.
그의 대표작 『공포는 영혼을 좀먹는다』는 나이든 독일의 미망인과 젊은 모로코인 이민의 사랑을 통해서 애인· 친구·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인간관계의 비관적인 비만을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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