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2)|정원과 낙오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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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학정원과 대입낙오대열간의 직접적인 함수관계가 맺어진 것은 대학학생 정원령이 시행된 70년도부터의 일. 교육투자의 효과와 대학의 내실화등을 이유로 정원증원을 대폭 억제해 오면서 비롯됐다.
이 바람에 71년 이후 대학 진학 희망자는 연간 평균 13%이상 늘어난데 비해 대학정원은 4.6% 정도밖에 늘지 않아 매년 정원의 3배 정도가 입시에서 탈락, 재수의 악순환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6년간 (71~76년)대입예시 지망자중 재수생 구성비를 연도별로 보면 대개 30%선 안팎으로 큰 변동이 없으나 그 절대수는 크게 늘어나 78년에는 10만7천여명, 80년에는 12만5천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입예시합격자중 재수생 합격률도 매년 30% 안팎으로 거의 같으나 절대수는 71년에 1만9천3백52명이던 것이 75년에는 3만5천4백40명으로 5년동안 80% 이상 늘어났다.
다만 대학입학자중 재수생의 구성비만은 74년을 고비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당해 연도 졸업생과 재수생간의 비율이 7대3~6대4로 재수생 구성비가 아직도 높은 상태에 있다.
그 예로 서울시내 일부대학의 75학년도 입학생중 재수생은 ▲서울대 27.4% ▲연세대 29.7% ▲고려대 25.6% ▲성균관대 42.1% ▲중앙대 27.8% ▲외국어대가 42.6%를 K지한 것으로 고려대 유인종 교수의 조사결과 밝혀졌다.
이 때문에 대학입시는 동연배간의 경쟁에서 선후배간의 경쟁으로 그 양상마저 달라져가고 있다.
이같은 재수의 악순환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제일먼저 정원 증원억제책의 완화를 생각할 수 있으나 국가 재정형편과 관련, 금방 「증원의 한계성」이라는 벽에 부닥치게 된다.
우리나라 대학생수(전문학교.방송통신대생 포함 28만여명)을 선진각국과 비교할 때 인구대비로는 많은 편이 아니지만 소득과 관련지어보면 결코 적은 것만도 아니다.
우리나라 대학생의 전체인구에 대한 구성비는 현재 0.8%로 70년도의 서독과 같은 수준이고 「스웨덴」과 「덴마크」의 1.5%, 일본과 「필리핀」의 1.6^에 비해서는 반정도, 미국의 4.1%에 비해서는 5분의1정도의 비율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이들 외국과의 1인당 연간 국민소득수준을 비교하면 75년도에 한국은 5백31「달러」인데 비해 72년도에 ▲일본은 2천4백39「달러」로 우리의 4.5배 ▲서독은 2천7백52「달러」로 5배 ▲「덴마크」는 3천1백94「달러」로 6배 ▲「스웨덴」은 4천5백69「달러」로 8.6배 ▲미국은 4천9백81「달러」로 우리의 9배를 넘고 있다.
다만 「필리핀」만이 2백62「달러」로 우리의 절반정도인데도 인구에 대한 대학생 구성비는 우리의 2배를 넘고 있다. 전국 98개 대학가운데는 아직도 각종 교육시설과 전임강사 이상의 교수가 법정기준에 크게 미달하는등 부실대학이 적지 않고 등록금만 내고 졸업장을 타가는 엉터리 대학생이 많다.
교육전문가들 가운데는 이 같은 점을 감안, 대학정원 증원문제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부실대학의 과감한 정비와 정말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충실한 대학의 중점육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들 엉터리 대학들은 해마다 「고등실업자」를 양산하기 일쑤. 문교부가 집계한 대학졸업자의 연도별 취업율을 보면 71년도에 53.2% 이던 것이 75년도엔 58.4%로 다소 높아지긴 했지만 실업자의 절대수는 71년도에 7천1백38명, 75년도엔 7천7백20명으로 줄어들지 않고 있다.
대학을 나와야만 출세한다는 그릇된 인식이 빚는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오만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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