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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SALT에의 접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SALTⅡ(제2단계 전략무기 제한회담)에 약간의 진전이 이룩됐다는 소식이다.
원래 작년 말께「브레즈네프」의 방미를 계기로 매듭짓기로 했던 SALT타결이 늦어진 이유는 미국의 마지막 타협안을 소련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타협안의 내용은 물론 말썽 많은 소련의 「백파이어」중거리 핵 폭격기와 미국의 순항 「미사일」에 관한 것이다.「백파이어」는 북극에서 급유하면 미국까지 도달할 수 있다. 순항 「미사일」역시 소련의 내륙 폭격이 가능하다.
그래서 미국의 타협안은 양측이 두 무기를 개발하되 한가지 조건을 붙이자는 것이었다.
「백파이어」에 관해서는 북극에 기지를 설치하지 말고 동기에 공중 급유 장치를 달지 않기로 하자는 조건이다.
그리고 순항「미사일」은 항공기로부터 발사하는 것만을 규제 대상에 넣는다는 것이다.
소련이 이 제안을 거부한 까닭은 「브레즈네프」가 그 당시 「크렘린」내의 강경파의 압력에 눌리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통설이다.
한편 「포드」행정부 역시「슐레진저」전 국방을 해임한 뒤 「데탕트」경계론이 점고되던 때라 강경한 반발을 나타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포드」대통령과 「브레즈네프」는 다같이 76년이라는 「정치의 계절」을 맞지 않으면 안될 처지다.
될 수 있으면 미국의 선거전과 소련의 25차 당 대회 이전에 어떤 돌파구를 마련해두는 것이 서로간의 득책인 것이다..
미국의 선거바람이 지나간 뒤인 77년에 이르면 72년에 체결한 제1단계 SALT 잠정협정도 시효가 끝난다. 이점 역시 SALT를 무한정 늦출 수만도 없는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포드」대통령이 중공을 방문한 10일 동안 미국 국가안보회의의 한 분과위는 서둘러 새로운 대소 타협안을 입안했다는 보도였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지가 그 당시 특별히 탐문한 바에 의하면 미국의 새 수정안은 「백파이어」와 순항「미사일」의 성능을 조금씩 약화시키자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백파이어」의 공중 급유장치 수를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순항 「미사일」의 사정거리를 2천4백㎞로 제한하는 조건으로 둘을 다 규제대상에서 빼자는 것이었다.
이 보도의 사실 여부는 물론 공식 확인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만약 이 보도가 신빙성이 있다면, 그 수정안이란 「펜터건」의 주장대로 소련이 원하는 것은 그대로 들어준 셈이나 미국의 순항 「미사일」만은 적잖은 타격을 입게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키신저」장관은 작년 말 『소련이 이성적 대안을 내놓지 않는 한 SALT는 절대로 없을 것』라고 못 박았었다.
소련은 그 후 「이성적 대안」같은 것을 전혀 내놓은 바가 없는데도「펀세드」미 국무성 대변인은 SALT의 진전이 분명히 있었다고 시인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선거전 안결」에만 급급한 나머지 SALT에 관해 또 한번의 일방적 양보를 하려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동서의 어설픈 군사적 긴장 완화는 소련에 정치적인 행동의 자유를 주었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또 수량의 동등성을 약속하는 SALT를 악용해 소련은 신무기 개발에서 미국을 따라올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경고도 들리고 있다.
이러한 위험성은 분명히 미국이 생각하는 「본질적인 동등성」과는 배치되는 역현상이다.
타협도 좋지만, 미국은 절대로 일방적인 양보로만 임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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