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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없는 무대. 무대 예술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새해 벽두에 명동 예술극장이 폐관되어 무대 예술인들은 정든 보금자리를 잃은 대신 새로 기대했던 서울 시민회관 별관으로부터서도 경원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민회관 별관이 예술극장을 뒤이어 공연예술의 중심무대가 되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은 비싼 대관료 때문이라고 한다. 1일 4만원의 예술극장 대관료도 힘겨웠던 가난한 공연자들에게 하루 8만5천원의 시민회관 별관 대관료는 좀처럼 감당하기 어려울 부담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별도로 일체의 부대시설 비용과 난방비를 따로 부담해야한다는 시민회관 별관의 사용조건은 순수한 예술활동을 위해 흥행성을 도외시하는 예술인들에게는 전보다 무려 3배 이상의 부담을 강요하는 꼴이 된 셈이다.
그 때문에 시민회관 별관은 개관된 지난 연말부터 순수공연 예술과는 거리가 먼 무대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무대는 가수의「쇼」무대가 아니면 외국영화 상영관의 구실 밖에 아직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아래서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는 극단 자유·여인·광장 등은 공연장을 잡지 못해 공연계획을 짜지 못하고 있다고도 한다.
물론 이 밖에 극단들이나 음악인·무용가 등 공연 예술인들도 올해 무대활동을 가질 장소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는 것은 매한가지다.
이들은 국립극장의 대무대나 소극장에서 공연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기도 하며, 그것도 불여의하면 현재 영화관으로 사용되는 서대문의 동양극장을 연극무대로 사용하려고 시도한다고도 한다.
동양극장 무대는 1935년 문을 연 이후 공연 예술활동에 공헌했던 만큼 다시 연극무대로 쓰여진다 해도 그다지 이상할 것은 없다.
이에 비해 국립극장은 「오페라」공연·교향악 연주회 등에는 적합할지 모르나, 무대가 너무 커서 가난한 연극인들의 연극공연은 엄두도 못 낼 형편이고, 반면 소극장은 너무 비좁아 또한 부적합하다.
물론 근년 국립극장이 신축되어 공연예술의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국가를 대표하는 예술전당으로 각광을 받게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장소는 국가 공연정책의 전시장은 될 수 있으나 영세한 운영규모로 명맥을 잇고 있는 군소 공연단체들엔 이 역시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런 만큼 지금까지 공연예술의 사실상의 중심은 명동 예술극장 뿐이었고 그것은 실지로 공연장으로서의 여러 조건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 공연 예술계가 이러한 예술극장을 잃고 다른 적합한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나라 연극운동에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다.
그것은 곧 문화예술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위해 일하는 국가 시책과도 상충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지난해 소극장「카페·테아트르」와 「에저또」창고극장의 문을 닫게 한 우리 문화계는 연대분임을 느끼고 공연예술 단체들에 무대를 찾아 주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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