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작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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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가 장편소설 『가난한 사람들』을 발표한 것은 불과 23세 때의 일이다. 그의 첫 소설이기도한 이 작품은 그 무렵에 벌써 문제작으로 평가를 받았었다.
그러나「도스토예프스키」가 위대한 작가가 된 것은 단순히 이런 계기만은 아닌 것 같다. 그의 생애를 보면, 남달리 파란이 많고 고생스러운 것이었다.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그의 소년시절엔 부친이 농민들로부터 횡사를 당하는 무참한 광경을 목격했었다.
한편 20대의 청년시절엔 자유주의운동에 가담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적도 있었다. 특사로 죽음은 간신히 면했지만, 오랫동안 옥고를 치러야 했었다.
그의 고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쇠약한 몸으로 사경을 헤맨 일, 악처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 작고한 형의 부채를 떠맡아 채권자들로부터의 수모…. 정말 그는 고뇌를 타고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 같았다. 불후의 명작 『죄와 벌』은 바로 이 무렵의 작품이다. 이때의 나이는 불혹의 중반인 45세였다.
생애의 종말도 끝내 비참했다. 그는 청년시절의 시련으로 한때 정신분열증까지 일으켰었다. 61세에 세상을 떠나면서도 객혈과 정신분열 상태에 있었다.
말하자면, 그의 문학은 피에서 우러나온 운명적이고 절박한 작업의 소산이었다. 이 세상에 한 위대한 작가가 태어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렵고, 고통스럽고 또 전율을 느끼게 하는 일인가를 실감할 수 있다. 인간의 완성, 작가의 완성이란 이처럼 끝도 없는 고통과 처절한 체험의 축적이 없으면 거의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각 신문이 모집한 신춘문예의 화려한 관문을 통과한 젊은 문인들을 보며 새삼 「도스토예프스키」의 생애를 회상하게 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들이 과연 장차 바위도 짊어지고 험난한 산을 올라가야 하는 고통과 수난의 수모를 겪어가며 위대한 작가가 될 수 있을까.
편리와 능률위주의 시대에 위대한 작가가 탄생하기란 더없이 어려울 것 같다. 보다 안락하고 안일한 생활에의 유혹을 초월하기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신년신문을 받아보는 즐거움 가운데 가장 감동을 주는 것은 역시 신춘문예의 신선하고 생기 발랄한 작품들을 보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 의욕에 넘친 문학청년들이 과연 앞으로의 문학적 생애를 어떻게 겪어나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도 갖게 된다. 훌륭한 작가를 많이 갖지 못한 오늘의 상황이기에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젊은 문인들에게 고언과 함께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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