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넘보는 전셋값 … '깡통' 피할 길은 보증 상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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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사상 최악의 전세난에 수도권 세입자 속만 타들어 간다. 현재 살고 있는 집 근처 전세를 알아보는 일은 일찌감치 포기한 상태다. 2년 전에 비해 전셋값이 크게 오른 것도 부담스러운데 전세 매물 찾기도 어렵다. 전세가율은 매매가의 턱밑까지 차오르고 있다. 지금 전세금으로 구할 수 있는 집만 있어도 운이 좋다고 생각해야 할 형편이 됐다. 또 지난 6년 동안 서민들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높은 이른바 ‘깡통 전세’도 6배나 늘었다.

◆수도권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 68% 넘봐=수도권 전셋값 상승이 수그러들 조짐이 없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수도권 전셋값은 2009년 3월부터 뛰기 시작해 3월 현재까지 58개월간 올랐다. 최근 한국감정원도 전국 전셋값이 82주 연속 상승했다고 밝혔다.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 비율은 2월 현재 67.7%에 달하고 있다. 연립주택도 60%를 돌파해 61.3%를 기록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3.3㎡당 평균 1000만원을 넘었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2002년 1억2000만원하던 79㎡ 아파트 전세금이 연평균 8.3%씩 매년 1000만원이 올라 2억4000만원이 된 셈”이라며 “이는 화성동탄2·김포한강·고양삼송·남양주별내 등 수도권 신도시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2002년 이후 12년 만에 두 배로 뛴 것이다.

◆‘전세금 안심대출’ 전세난 대안=최근 대형 건설업체가 선보이는 전세금 반환을 보증하는 전세상품이 전세난의 대안으로 등장했다. 대표적인 곳이 오는 5월 입주하는 김포 ‘한화 꿈에그린월드 유로메트로’다. 대한주택보증의 ‘전세금 안심대출보증’에 가입해 안전성을 확보했다.

일산에서 살고 있는 최모(45)씨는 “주변에서 ‘전세금 안심대출’ 소식을 듣고 와 봤더니 조건이 너무 좋아 계약을 마쳤다”며 “다 큰 아이들이 2명이어서 지금 집에서는 좁은 듯 살았는데 전세가격도 더 싸고 넓은 집을 얻을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전세계약 2년간 대출이자 및 보증료를 포함한 총 금융비용. 전세금 안심대출 보증료는 전세금×0.197%+대출금×0.05%. [자료: 국토교통부]

◆전세난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확대=2년 전 전셋값으로 같은 크기의 전셋집을 다시 구하기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특히 김포·일산·파주 등 수도권 북부지역의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고양시 일산동·김포시·파주시 등 지역의 전셋값은 최근 1년 새(2013년 1분기~2014년 1분기)에만 20% 이상 줄줄이 치솟았다.

일산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천정부지로 오른 전셋값 때문에 재계약을 못하고 집 크기를 줄여 가거나 집주인의 요구로 월세로 내몰리고 있다”며 “특히 수요가 많은 중소형 아파트는 사정이 더 심하다”고 지적했다.

송덕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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