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성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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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성인」이란 칭호는 「가톨릭」교회에서 사자에게 주는 최상의 존칭이다. 흔히 성당의 벽화나 유리창에 그려져 있다. 「라틴」어로는 「상투스」, 영어로는 「세인트」라고 한다.
그러나 근 착 미주간 「타임」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상에서 「살아있는 성인」들을 찾아 소개하고 있다. 가난하고 병들고 절망에 빠져있고, 그리고 빛 없이 사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생애와 모든 것을 바치는 사람들.
그 대부분이 여성들인 것은 더구나 눈길을 끈다. 이들은 이미 6순 혹은 8순을 넘은, 오직 봉사와 희생만을 위해 일생을 보낸 사람들이다.
인도북동부의 「캘커타」항에선 무려 20만명의 난민들이 길거리에서 기거하자 혹은 병들어 죽어가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이 「뱅글라데쉬」에서 피난해 온 빈민들이다. 이 항구는 인도에서도, 아니 어쩌면 세계에서도 가장 처참한 도시일 것이다.
바로 이 도시의 거리에서 하얀「사리」(인도여인의 복장)를 입은 할머니가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유고슬라비아」태생인 65세의 수녀 「데레사」.
그는 쓰레기통이나 개천에 버려진 갓난아기들을 찾아서 마치 생모의 따뜻한 손길처럼 보살핀다. 건강한 아기의 모습이 되면 가정을 찾아 준다. 나병환자들도 「그리스도」의 상처를 어루만지듯 온갖 정성을 다해 치료해준다.
인도에서 벌써 27년전에 빈손으로 이런 일을 시작한 「테레사」수녀는 이제 세계의 67개국에 32개의 양로원, 67개의 나병원, 28개의 고아원을 세워 놓았다. 1천여 명의 수녀와 1백50명의 신부들이 자원해서 그녀의 일을 돕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물질의 빈곤이 아니라 사람의 빈곤이다』
-「데레사」수녀는 자신의 이 말처럼 가난한사람들의 벗이며 어머니이기도 하다.
「데레사」수녀는 「켈커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의, 구석구석에는 그와 똑같은 일을 소문도 없이 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 결핵환자들을 위해 중국에서, 지금은 「홍콩」에서 37년 동안이나 봉사하고 있는 간호원. 「아프리카」「자이르」의 밀림 속에서 50년 가까이 외과의사로 일하고 있는 81세의 「칼·베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사회복지운동을 하고 있는 은발의 미국노파 「도러디·데이」
『나는 어렸을 때 어머니를 여의었다. 내게 없는 것, 「어머니의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베풀기 위해』 90평생을 「예루살렘」의 한 병원에서 간호원으로 보낸 「젤마·마이어」여사.
이런 이들이 있음으로 해서 인류는 아직도 많은 기대와 희망과 신념을 갖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물질도 쾌락도 영화도 아닌 바로 인간의 그와 같은 선의에 대한 소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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