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학적 쾌감노리는 폭력외화 범람|번역도 불성실해 이해하기 힘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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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때 높은 시청율을 「마크」하여 한국TV의 중핵적 위치를 차지했던 외화가 점차 그 안기를 잃더니 요즘은 심야대로 밀려나고 말았다.
수용자의 외화기피는 몇가지의 달갑지 않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감성과 분위기 전달보다 대사의 길이를 맞추는데 중점을 둔 성의없는 녹음(더빙)과 직역을 하여 의미조차 통하지 않는 불성실한 번역. 그리고 「프로그램」의 길이를 감안하지 않은 광고정책으로 외화는 광고주의 버림을 받게된 것이다.
지금 방영되고 있는 외화의 절대다수는 탐정수사폭력물이다. 『코작』『뉴·에프·비·아이』『쿵후』『여형사 페퍼』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이러한 불모지에 『윌튼네 사람들』(KBS)은 1930년대 미국농촌의 한가정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3대의 이야기를 일기형식에 담아 그려주고 있다.
미국문명의 병리적 일부현상만을 영화나 TV외화를 통해 수용함으로써 왜곡된 미국상을 형성한 일부 시청자에게 미국생활의 다른면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대가족 제도하에서도 자기의 역할만을 성실히 수행하면 능률적으로 생산성을 높일수 있을뿐 아니라 가족구성원간의 상호 접촉속에서 삶의 보람을 찾을때 진정한 행복을 얻을수 있다는 교훈까지 주고있다. 비인문화를 재촉하는 다원적 조직 사회에서 인간성을 회복하려는 인간의 의지가 복고적 취향 속에 그려져 있어 좋다.
O…『2차대전 회고록』(KBS재방송)은 2차대전의 전황을 「다큐멘터리」로 그리면서 전쟁의 잔혹성을 고발하는 기록TV영화다. 두 번 보아도 감동이 줄지 않는 훌륭한 「프로그램」이다.
○…『쿵후』(TBC)와 『여형사페퍼』(MBC)는 좋게보아 줄 수 없는 저질「프로그램」의 선두주자다. 이야기 자체가 황당무계할뿐 아니라 이야기의 전개방법도 엉성하기 짝이 없다. 가학적 쾌감을 주는데 그칠 이들 「프로그램」이 미칠 사회적 영향은 역기능적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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