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 자존심 회복 무기, 넓은 공간 + 절제된 디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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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24일 선보인 신형 LF쏘나타는 실내공간이 동급 최고 수준(길이 4855mm, 폭 1865mm, 축간거리 2805mm)으로 넓어졌다. 트렁크 용량도 462L로 늘었다. 연비는 가솔린 누우 2.0 CVVL 엔진 기준 12.1㎞/L로 가격은 2255만원에서 2990만원 선이다. [사진=뉴스1]
현대자동차는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김충호 사장(오른쪽)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신형 중형 세단 LF쏘나타를 선보였다. [사진=뉴스1]

현대자동차의 신형 쏘나타(LF쏘나타)가 베일을 벗었다. 주행 성능과 안전성 등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가격 인상은 억제했다는 게 특징이다.

 현대차는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쏘나타 신차 발표회를 열었다. 이 회사 김충호 사장은 “쏘나타는 1985년 출시 이후 700만 대 가까이 팔린 현대차의 핵심 차종”이라며 “승차감과 핸들링, 정숙성 등 기본기를 대폭 강화한 게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호불호가 엇갈렸던 YF 시절과 달리 이번에는 디자인을 정제시켰다”고 덧붙였다.

 신형 쏘나타는 전면부 그릴에서 간결하게 뻗어나간 곡선이 뒷범퍼까지 이어지는 한층 절제된 디자인을 선보였다. 차체 길이 4855㎜, 폭 1865㎜로 기존 모델에 비해 크기가 커졌다. 특히 앞·뒷바퀴 간 거리가 기존(2795㎜)보다 10㎜ 늘어나 동급 최대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안전성도 개선했다. 일반 강판보다 무게는 가벼우면서 강도가 두 배 이상인 초고장력 강판 사용량을 51%(기존 21%)로 늘렸다. 또 운전석 무릎 등에 7개의 에어백을 달았다.

 LF쏘나타는 가솔린 2.0L(누우 2.0 CVVL)와 2.4L(세타Ⅱ 2.4 GDi), LPG(누우 2.0 LPi) 등 3개 모델을 내놨다. 주력인 누우 2.0 엔진은 최대 출력 168마력(ps), 최대 토크 20.5㎏·m, 연비 12.1㎞/L를 기록했다(자동변속기 기준). 판매 가격은 2255만~2990만원으로 기존보다 45만~75만원이 올랐다.

 신형 쏘나타는 개발 과정에서 ‘수방사 전략 무기 1호’로 불렸다. 익명을 원한 현대차 관계자는 “수방사(輸防司)는 군부대가 아니라 ‘수입차 방어 사령부’의 준말로, 사내에서 쓰이는 은어”라고 귀띔했다. 내수시장을 잠식한 수입차에 대응하겠다는 회사의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다.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국내에서 88만2652대(승용차 기준)를 팔았다. 2012년보다 5만여 대(5.7%)가 줄면서 70%대였던 점유율이 66.7%로 떨어졌다. 반면 수입차 점유율은 12%를 넘었다. 서울 강남에선 수입차 비중이 80%(신차 기준)에 이른다. 이 수세 국면을 타개할 ‘수방사 전략무기’가 LF쏘나타라는 얘기다. 신한금융투자 최중혁 연구원은 “현대차의 내수 비중은 15%에 불과하지만 안정적인 수익성과 ‘안방’이라는 상징성 등에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신차의 가격을 2000만원대로 묶은 것도 경쟁 차종인 폴스크바겐 파사트나 도요타 캠리 등을 의식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마케팅 전략도 달라졌다. 이달 초 현대차는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로 국내 디자이너 20명을 비밀리에 초청해 ‘현대 디자인 인사이트 투어’를 진행했다. 오준식 아모레퍼시픽 상무, 고영미 LG하우시스 전문위원, 김승언 NHN 이사 등 비(非)자동차 업계의 유명 디자이너들을 초청해 LF쏘나타의 디자인 철학과 외관·내부 인테리어 등을 소개했다.

 현대차가 미디어를 제외한 외부 그룹에 신차 설명회를 한 것은 처음이다. 행사에 참석했던 A씨는 “(현대차가) 기사 딸린 에쿠스 리무진을 제공하는 등 각별히 공을 들이더라”며 “사진 한 장도 노출되지 않도록 ‘철통 관리’하는 신차 디자인을 공개한 것 자체가 파격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차는 이날 기존 서울 계동 사옥에 있던 국내영업본부를 대치동으로 옮겼다. 압구정동의 기아차 국내영업본부와 함께 현대·기아차의 국내 영업사업부가 모두 강남에 지휘부를 두게 됐다. 수입차에 맞서 ‘강남 탈환’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현재까지 반응은 괜찮다. 사전 예약을 통해 1만5000대가 팔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디젤·하이브리드 등의 모델을 추가로 내고 수입차에 뺏긴 시장 지배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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