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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작년 9월 중국 관리 통해 원본 입수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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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가정보원이 지난해 9월 서울시 공무원 간첩 피의자 유우성(34)씨의 북한 출입국기록 원본(최초 입수본)을 중국 관리를 통해 확보했던 것으로 19일 드러났다. 이 관리가 직접 중국 출입국 전산망에서 유씨의 기록을 조회한 화면을 그대로 출력한 형태였다. 해당 문서는 전산망 원본기록(Raw Data)으로, 유씨 변호인 측이 입수해 제출한 기록과 같은 내용이다. 당시 검찰 공소유지팀은 원본을 확보해놓고도 법원에 내지 않고 국정원 측에 "추가로 관련 문서를 확보해 오라”고 요청했다. 이후 사실과 다른 내용이 적힌 가짜 허룽(和龍)시 공안국 명의 공문을 추가로 입수해 오자 이를 법원에 제출했고 이에 대한 ‘윗선’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유씨 출입국기록 문건 3건의 위조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대공수사국 김모(48·구속) 조정관은 지난해 9월 25~26일께 협조자 A씨를 통해 A4용지 두 장짜리 문서를 확보했다. 중국 관리가 ‘메이샤(梅沙)’란 이름의 출입국관리 전산망에서 ‘류자강(유씨의 중국명)’으로 직접 조회한 화면을 그대로 프린트한 것이었다. 컴퓨터 화면 출력은 중국 정부의 전산망 자체를 조작하지 않는 한 위조가 불가능하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자료는 성명, 검색 기간을 입력하는 난까지 포함된 출입국 전산망 컴퓨터 조회 화면을 그대로 출력한 것”이라며 “그게 원본임을 쉽게 알 수 있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출입국기록엔 유씨가 2006년 5월 23일~6월 10일 북한에 한 차례 넘어간(출) 이후 세 번 연속 중국으로 돌아오는(입-입-입) 것으로 적혀 있다. 유씨 변호인이 11월 4일 옌볜자치주 공안국에서 발급받은 기록과 똑같은 내용이다. 김 조정관은 이 원본을 선양총영사관 이모 영사에게 전달했고 이 영사는 9월 27일 ‘유씨가 그처럼 출입국한 사실이 있다”는 영사확인서를 첨부해 검찰에 냈다.

 하지만 당시 검찰 공소유지팀(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은 ‘원본 기록은 발급처와 관인이 없어 증거가 안 된다’며 법원에 내지 않았다. 외부에 공개하지도 않았다.

 그러자 김 조정관은 또 다른 협조자 B씨를 통해 2006년 5월 23일~6월 10일 ‘출국-입국-입국-입국’ 네 번의 기록 중 세 번째 ‘입국’을 ‘출국’으로 바꾼 출입국기록을 만들었다. 유씨가 북한을 5월 27일 재입북해 6월 10일까지 머물렀다는 내용이다.

 김 조정관이 정식 공문서 형태로 관인까지 찍어서 10월 16일 검찰에 낸 이 문건은 법원에 새로운 증거로 제출됐다. 이에 대해 당시 공판참여 검사들은 “국정원 측이 발급기관에서 스스로 오류를 시정한 것이라고 설명해 위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국정원 지휘라인이 위조된 공문마저 전산망 원본과 같이 선양총영사관을 통해 공식 입수한 것처럼 꾸미려 했다가 실패한 사실도 밝혀냈다. 이 영사로부터 “당시 국정원 본부 지휘라인에서 영사확인서를 다시 작성하라고 지시했지만 거듭된 독촉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거부했다”는 진술을 확보하면서다.

이가영·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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