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가 맞는 방향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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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미·일 3국이 24~25일 네덜란드 핵 안보정상회의 기간 3국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3국 정상회담 개최는 미·일 간에 공감대가 형성돼 우리 정부에 공이 넘어와 있다고 한다. 정부는 19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회담이 성사되면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취임 후 처음 얼굴을 맞대게 된다. 한·미·일 3국 정상회담도 흔한 일이 아니다. 아베 총리가 요청한 한·일 정상회담은 이번 회의 기간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아베 총리가 고노·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박 대통령이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우리가 요구하는 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국 정상회담은 바람직하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려보면 답은 명확하다. 회담이 우리 정부 때문에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부담은 막중하다. 미국이 주문하고 있는 한·일 관계 개선과 이를 바탕으로 한 한·미·일 협력이 한국 때문에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아베가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하기 전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아베는 고노·무라야마 담화 계승을 밝혀 회담 무산의 비난을 피할 퇴로를 마련해 놓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4월의 아시아 순방 때 당초 일정에 없던 방한을 하는 점도 고려해봐야 한다. 동맹은 호혜의 정신에서 출발한다.

 3국 정상회담이 필요한 상황 변화도 생겼다. 첫째는 북한이다. 북한의 핵 개발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상황 악화 조치를 막는 것은 발등의 불이다. 북한은 지난주 “핵 억제력을 과시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밝혀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시사하지 않았나.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17일 방북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이 북한 접근에 속도를 내는 진의를 파악하고 필요시 정책을 조율할 수도 있다. 둘째는 유럽에서의 신냉전 기류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이 동북아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입장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세계는 러시아의 서진(西進)과 중국의 굴기를 동시에 대하고 있다. 미국은 일정 부분 중·일 화해를 모색할지도 모른다.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은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인 통일기반 구축이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위한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3국 간 협력 없는 통일대박론은 공허하다. 3국 정상회담을 받느냐 마느냐의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우리가 이니셔티브를 잡는 적극적 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점에서 한·미·일 고위급 협의체의 부활은 검토할 만하다. 3국 간 협력이 중국과의 협력을 해친다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우리 스스로 탈피할 때 새 지평이 열린다. 3국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오바마의 아시아 순방 전후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해 새 한·일 관계의 기초를 다질 수 있다. 거대한 체스판이 움직일 때는 유연해져야 외교적 공간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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