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30돌 맞은 올해, 30년 뒤 고민하는 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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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TED 2014는 새로운 30년을 내다보기 위한 TED의 첫걸음이다. TED 사무국은 이번 콘퍼런스의 주제를 ‘새로운 장(The next chapter)’으로 지었다. 출범 30주년을 맞는 TED가 1984년부터 2013년까지의 첫 번째 장을 마치고 2014년부터 두 번째 장을 시작한다는 뜻이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단순히 기술적인 혁신뿐만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TED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행사장 중앙 복도에는 ‘2044년이 되면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할까요?(What matters to us in 2044?)’라는 질문을 벽보로 만들어 콘퍼런스 참가자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선택지로는 지구 온난화, 불평등 심화, 고령화 시대, 온라인 교육, 투명성 대 사생활 보호, 우주 기술, 로봇 지능, 유전자 혁명 등 총 9가지를 제시했다. 각각의 선택지를 가로 약 8m, 세로 약 4m의 대형 벽 형태로 만들었다. 설문에 응하고자 하는 참가자들은 포스트잇에 적은 자기 의견을 이 벽보에 붙이면 된다. 에린 알바이스 TED 홍보 담당자는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까마득한 먼 미래’인 2044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 대신 집단 지성의 힘으로 먼 미래에 무엇이 중요할지 내다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TED에서는 수많은 명강연을 만날 수 있다. 2008년 사람의 뇌를 들고 등장해 8년 만에 뇌졸중을 극복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한 질 볼트 테일러 박사의 강연은 가장 인기 있는 TED 동영상으로 꼽힌다. 2009년 빌 게이츠는 “왜 가난한 사람들만 말라리아에 걸릴까”라고 반문하면서 강연장에 모기를 풀어놓고 저개발국의 모기 퇴치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6년부터 TED 강연이 온라인에 공개되고 전 세계에서 TED를 본뜬 아류작들이 생기면서 ‘TED가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한쪽에선 ‘강연 내용이 의미가 아닌 흥미 위주로만 흐른다’는 비판도 일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TED가 또다시 혁신에 나선 것이다. 우선 TED 사무국은 콘퍼런스 참석 인원을 기존 1400명에서 1200명으로 200명 줄였다. 참가자 수가 늘어나면서 콘퍼런스 참가자들끼리 커뮤니케이션할 기회가 적어졌다는 비판 때문이다. 콘퍼런스 개최 장소를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캐나다 밴쿠버로 이동한 것도 자구책의 한 방안이다. 또 처음으로 ‘TED 올스타 세션’도 개최한다. 기존에 참여했던 연사 중 TED 참가자로부터 가장 많은 득표를 얻은 연사 55명을 또다시 불러온 것이다. 올스타 연사로는 나이지리아의 첫 여성 재무장관인 응고지 오콘조 이웰라,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저자인 엘리자베스 길버트, 월드와이드웹(WWW)의 창시자인 팀 버너스 리 등이 있다.

 비판받은 부분에 대해선 곧바로 수정에 나섰다. TED는 지난해 12분으로 줄였던 강연 시간을 다시 18분으로 되돌렸다. 지난해 의욕적으로 도입했던 ‘일반인 세션’도 반응이 신통치 않은 점을 감안해 없앴다.

밴쿠버(캐나다)=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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