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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사확인서 위조 독촉한 국정원 '김 사장' 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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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가 1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변 주최 ‘국정원-검찰의 간첩 증거조작 사건 국민 설명회’에 참석해 행사 관계자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 설명회에는 유씨와 김용민 변호사 등 변호인단, 야당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뉴스1]

서울시 공무원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선양 총영사관 이모 영사에게 지난해 12월 가짜 영사확인서를 쓰도록 독촉한 인물이 국가정보원 ‘블랙요원’인 김모 조정관(일명 김 사장)임을 16일 확인했다. 검찰은 김 조정관에 대해 사전체포영장을 발부받았으며 이를 근거로 15일 오후 7시 그를 체포했다. 간첩 피의자 유우성(34)씨의 혐의 입증을 위해 출입경기록 등 3건의 문서와 영사확인서 위조를 주도한 혐의다.

 서울중앙지검 증거조작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이번 주 중 김 조정관에 이어 지휘라인에 있는 대공수사팀장-수사단장 등 국정원 본부 간부들을 차례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수사팀은 이날 김 조정관에 대한 이틀째 조사에서 ‘윗선’의 지시나 묵인이 있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김 조정관은 그러나 “선양 총영사관에서 공식적으로 유씨 출입경기록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해 협조자를 통해 구해왔을 뿐 위조 문건인 줄은 몰랐다”며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본부에도 문서들이 진본이라고 보고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수사팀은 앞서 이 영사로부터 “김 조정관이 싼허세관 명의로 된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서’를 주며 영사확인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영사는 “김 조정관과는 본부 시절부터 오랫동안 알아온 사이인데 유씨 관련 중요 증거라며 독촉해 ‘이 내용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는 허위 확인서를 작성해 보내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협조자 김모(61·구속)씨에게선 “김 조정관이 지난해 12월 초순 ‘변호인 측 정황설명을 반박할 자료를 만들어 오라’고 해 싼허세관 명의 답변서를 위조해 넘겨줬으며, 김 사장은 출입경기록과 발급확인서 등 나머지 두 건의 문건 위조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진술을 받았다.

 협조자 김씨는 15일 서울중앙지법 영장실질심사에서 “(김 사장이 문서 외에도) 유씨 혐의를 입증할 만한 탈북자 5명을 확보해 오라고 했었다”고 주장했다. 김 조정관은 대북공작단(해외파트 1차장 산하) 소속의 ‘블랙요원’으로 활동하다가 몇 년 전 대공수사국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우성 간첩사건’과 관련해 수사와 1심 재판에 깊숙이 개입해 왔다.

 수사팀은 보고체계를 중시하는 국정원의 조직 특성상 4급 직원인 김 조정관이 단독으로 문서 조작을 총괄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또 선양 총영사관 이 영사가 대공수사팀에서 파견됐다 하더라도 본부 해외파트의 지휘를 받기 때문에 김 조정관이 가짜 영사확인서를 요구한 건 위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17일 김 조정관에 대해 모해(謀害)증거인멸,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형법의 모해증거인멸죄는 형사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해칠 목적으로 증거를 위·변조하거나 위·변조 증거를 사용한 자를 10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정효식·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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