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이 위안부 시설 운영" 미국 기밀문서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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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위안부 강제동원을 시인한 고노담화를 논란 끝에 수용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강제동원이 사실임을 입증하는 새 사료가 발견됐다.

 연합뉴스가 14일(현지시간)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입수한 기밀해제 문서(사진)에 따르면 1945년 4월 버마(현 미얀마)에서 미군이 일본군 포로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일본군이 직접 위안소를 운영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미군은 포로에게 ‘부대 편의시설(amenities)의 하나로 위안부를 두고 있는지’를 물었고 버마 메이묘에 위안부가 있었다는 답을 얻었다. 화대는 3.5~5엔이었고 일본군 병사의 월급은 24엔이었다고 증언했다.

 비슷한 시기 미군 정보원이 중국인 여간호사를 인터뷰한 문서도 나왔다. 일본 육군 군의관이 매주 금요일 중국 만주에 위치한 위안소를 방문해 위안부들을 정기 검진했다는 내용이다. 위안소엔 일본 여성 20명, 한인 여성 130명이 있었고 모두 성병을 앓고 있었다. 군의관은 성병이 심각하다고 진단된 여성에겐 병사를 맞이하는 것을 금지시켰다고 했다. 두 문서는 각각 미군 G F 브룬다 중령과 제임스 게데스 소령이 작성한 것으로 돼 있다.

 문서들의 내용은 일본군이 위안소를 직접 운영했음을 말해 준다. 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내각관방장관의 담화엔 ▶위안소가 일본군의 요청에 의해 설치됐고 ▶위안소 설치·관리와 위안부 이송에 군이 직간접으로 관여했으며 ▶모집·이송·관리 등이 위안부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행해졌다고 명시돼 있다. 담화는 미군이 작성한 방대한 일본군 포로 신문조서와 전범재판 당시 네덜란드 여성들이 위안부로 강제동원됐다는 증언 등 광범위한 증거를 토대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일본 우익 인사들은 ‘적성국에 의해 조작됐을 가능성이 커 신뢰할 수 없다’는 등 구실을 대며 고노담화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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