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28·볼티모어)이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처음 등판했다. 미국 무대 데뷔전은 1이닝밖에 되지 않았지만 주무기 슬라이더를 확실하게 보여 줬다.
윤석민은 1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에드스미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전에서 1-1이던 7회 초 등판, 1이닝 동안 1피안타·무실점을 기록했다. 볼티모어가 마이너리거로 구성된 양키스에 2-1 역전승을 거둬 윤석민이 승리투수가 됐다.
윤석민이 던진 공 12개 중 8개는 직구였다. 계약이 늦어지고 훈련시간도 부족했던 탓에 최고 구속은 146㎞에 그쳤다. 대신 2개 던진 슬라이더는 컷패스트볼(커터)로 오해받았을 만큼 위력적이었다. 1사 1루에서 카일 롤러(25)가 헛스윙한 2구째, 2사 후 시토 컬버(22)를 2루 땅볼로 잡아낸 결정구가 슬라이더였다.
롤러에게 던진 슬라이더를 보고 현지 중계진은 “커터인지 슬라이더인지 알 수 없지만 공의 움직임이 좋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볼티모어의 포수 칼렙 조셉(28)은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인터뷰에서 “윤석민은 직구·커브·커터·체인지업·팜볼까지 5가지 구종을 던진다”고 말한 바 있다. 윤석민의 슬라이더가 커터와 혼동되고 있다는 의미다.
커터는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인 652세이브를 기록하고 지난해 은퇴한 마리아노 리베라(45)의 주무기로 유명한 구종이다. 중지를 눌러 주면서 빠른 공에 약간의 변화를 준다. 직구와 구속 차이가 5~10㎞밖에 나지 않아 헛스윙을 유도하기 좋다. 그러나 엄청난 손아귀 힘(악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대로 던지는 투수가 많지 않다. 슬라이더는 대부분의 투수가 잘 던지는 변화구다. 손목을 비틀어 던지기 때문에 직구에 비해 15㎞ 정도 느리다. 상하보단 좌우로 움직여 어설프게 던졌다간 장타를 맞을 확률이 크다. 윤석민은 이날 135㎞ 안팎의 ‘고속 슬라이더’를 던졌다.
박현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