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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에 울었던 소치 500m … 박승희, 넘어진 금메달 되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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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여자 쇼트트랙 박승희가 16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500m 결승에서 우승한 뒤 환호하고 있다. [몬트리올 AP=뉴시스]
박승희는 지난달 소치 겨울올림픽 500m 결승에서 선두로 달리다 엘리스 크리스티(영국)에게 밀려 넘어져 동메달에 그쳤다. [몬트리올 AP=뉴시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달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보여준 기량보다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이다.

 박승희(22·화성시청)는 16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여자 500m 결승에서 42초792로 결승선을 통과, 금메달을 따냈다. 소치 올림픽 500m 결승에서 자신을 밀어 넘어뜨렸던 엘리스 크리스티(24·영국·42초870)와의 재대결에서 완승한 점이 특히 짜릿했다.

 레이스 중반까지 박승희는 크리스티에게 뒤졌다. 역전이 어려운 500m에서 초반 리드를 빼앗기고도 박승희는 침착했다. 한 바퀴 반을 남겨놓고 선두로 치고 나갔다. 크리스티의 안쪽으로 파고든 박승희는 끝까지 선두를 빼앗기지 않았다.

 지난달 13일 소치 올림픽 500m 결승에서 박승희는 가장 먼저 달리다가 사고를 당했다. 아리아나 폰타나(24·이탈리아)와 몸싸움을 벌인 크리스티에게 밀려 넘어지는 바람에 4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크리스티가 실격 판정을 받아 박승희에게 동메달이 돌아갔지만 눈앞에서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이 너무나 컸다. 당시 다쳤던 오른쪽 무릎은 아직 완쾌되지 않았다.

러시아팀 옷을 입은 빅토르 안(가운데)이 한국 대표팀 숙소를 찾아 담소하고 있다. [사진 대한체육회]

 전날 여자 1500m에서는 심석희(17·세화여고·2분34초423)·김아랑(19·전주제일고·2분34초717)·박승희(2분34초838로)가 금·은·동메달을 휩쓸었다. 다섯 바퀴를 남겨놓고 1위로 나선 심석희는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끝까지 선두를 내주지 않았다. 소치 올림픽 1500m에서 저우양(중국)에게 막판 역전을 허용해 은메달을 딴 뒤 심석희는 “기대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나 심석희는 한 달 만에 언니들과 시상대에 서서 환하게 웃었다. 저우양은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

 소치 올림픽에서 여자 대표팀은 금2·은1·동 2개로 선전했지만 박승희의 불운과 심석희의 역전패는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두 선수는 소치 올림픽 직후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보상받았다.

 소치에서 노메달에 그쳤던 남자 대표팀도 충격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분위기다. 남자팀 막내 박세영(21·단국대)이 15일 1500m 결승에서 러시아의 빅토르 안(29·한국명 안현수)을 제치고 동메달을 따냈다. 마지막 바퀴를 남겨놓고 4위로 처져 있던 박세영은 마지막 코너를 돌면서 절묘하게 인코스를 파고들어 빅토르 안을 추월했다. 박세영은 찰스 해믈린(30·캐나다·2분15초049), 한티안유(18·중국·2분15초138)에 이어 3위(2분15초262)에 올랐다.

 7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 종합 우승을 노렸던 소치 올림픽 3관왕 빅토르 안은 16일 500m 결승에서도 4위(41초207)에 그쳐 메달을 따지 못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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