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삼권분립, 정당정치 … 마키아벨리가 남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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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마키아벨리 다시 읽기
곽준혁 지음, 민음사
276쪽, 1만7500원

이번에 나온 곽준혁 숭실대 가치와윤리연구소 공동소장의 『마키아벨리 다시 읽기』는 전작인 『지배와 비지배: 마키아벨리의 ‘군주’ 읽기』와 마찬가지로 니콜로 마키아벨리(1469~1527) 해석에서 빠진 것, 왜곡된 것, 새로운 강조가 필요한 것을 밝혀준다. 마키아벨리의 어린 시절이 그의 글쓰기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국내 최초로 소개하고 있다.

 책의 부제는 ‘비(非)지배를 꿈꾸는 현실주의자’이다. ‘현실주의자’ 대신 ‘공화주의자’ ‘민주주의자’라고 해도 됐을 것이다. 그만큼 『마키아벨리 다시 읽기』는 이제까지 가려졌던 마키아벨리의 여러 모습을 입체적으로 잘 드러내고 있다.

한데 왜 다시 마키아벨리인가. 흔히들 마키아벨리와 ‘권모술책주의와 동의어로 이해되는’ 마키아벨리주의는 구분이 돼야 한다고 말하지만, “당신은 마키아벨리의 후예군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색한 기분이 들지 않는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 정치학만큼이나 현대 정치제도도 그 뿌리인 마키아벨리에게서 자양분을 얻고 있다.

화합을 중시하는 사상가들과는 달리 마키아벨리는 갈등을 당연한 것으로 봤다. 그의 통찰에 따라 갈등을 양성화한 것이 삼권분립이요 정당 정치라고 볼 수 있다. 그는 또 정치가 종교를 이용해야 한다는 관점을 내세웠다. 오늘날 종교는 개인의 해탈·구원을 위한 신앙체제일 뿐만 아니라 시민종교(civil religion)로서 국가적·사회적 기능을 수행한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 마키아벨리의 후예다.

마키아벨리를 출발점으로 하는 현대 정치가 위기 상황이다. 미국이건 유럽이건 우리나라건 정치가 위기가 아니라고 우기기는 힘들 것이다. 위기 극복의 영감은 핵심 문헌에서 나온다. 고전은 위기나 시대 전환기에 절실한 다시 읽기를 요구한다. 교회의 위기는 성경 읽기를 요구한다. 빈사상태인 마르크스주의를 다시 살리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마르크스 원전을 재해석해야 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마키아벨리를 다시 읽어야 한다. 이 책은 마키아벨리 다시 읽기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저자 곽준혁은 특히 마키아벨리 정치 사상의 관점에서 한국 정치를 해부하고 이 땅의 ‘시민들’에게 새로운 꿈을 제시한다. 저자는 마키아벨리의 『로마사론』에 나타난 혁명의 개념을 연구해 시카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우리말과 영어로 학문적 성과를 내고 있다.

김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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