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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 전전긍긍…연쇄유괴 살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부산시에서는 연쇄적인 어린이 유괴살인사건이 발생, 분노와 공포에 싸인 부모들이 자녀들과 함께 등교하는등 자녀보호에 초비상이다. 25일 상오6시 시내서구충무동 부산동동어시장옆 빈 사과상자와 고기상자 하치장에서 발견된 배준일군(5) 유괴살해사건, 지난21일 상오5시 용두산공원에서 발견된 김현정양(7)의 사건으로 경찰비상망이 펴져 있는 가운데 4일만에동일한 수법으로 발생, 수사진의 허를 찔렀다.
두 사건은 ▲피해자의 배꼽부의에 『죽였다』는 내용의 「볼·펜」낙서를 남기고 ▲손발을 묶은 끈을 피해자의 T「샤쓰」를 찢어 이용한 점 ▲대상자를 10세이하의 어린이를 삼았고 ▲하오7시반∼8시 사이에 유괴를 했다는 점등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시체유기장소는 공원계단옆 화단속(현정의 경우)과 시장옆 빈상자하치장(준일군)이 다르나 모두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 쉽게 눈에 뛸 수 있는 곳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역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준일군사건은 현장 사과상자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는 정동인씨(42)부부가 상자더미 사이에서 잠을 자고있는데도 불과 5m 떨어진 상자더미 건너쪽에서 이루어 졌다는 사실은 범행의 대담성을 나타냈다.
또 두피해자 가정의 공통점이 전혀없으면서도 동일범에 의해 범행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점에서 특이하다. 현정양 아버지 김갑성씨(29)는 지난해는 활선어 수출을 하는 장인 김민배씨(48)의 배를 가끔 타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자갈치 시장에서 어패류 강사를 하면서 1백20만원짜리 전셋집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준일군 아버지 배석재씨(38)는 종업원 6명을 거느리고 편물기 제조공장을 경영, 중류생활을 하고 있다. 또한 두 가정은 혈연이나 아는 사이도 아니고 같은 원한을 살만한 사람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동일범의 소행일 경우, 돈을 목적으로 하거나 원한관계로 인한 범행일수 없다는 것이 수사진의 판단.
수사의 중요한 단서가 될 필적을 남긴 것은 정상적인 정신상태가 아니라는 반증도 된다는 것.
따라서 범인은 정신질환자이거나 성도착증환자·저능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수사관계자의 말이다. 그러나 정신과 전문의들은 보통의 사람일지라도 사회적 충격이나 열등감으로 사회일반에 대한 복수심리로 이같은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전연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이번 연쇄적인 어린이유괴 살해사건은 경찰의 수사무능과 함께 예방활동의 허술함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첫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찰이 교통사고를 위장하려 했다는등 이를 단순 변사로 처리하려고 했던데서 초동수사에 차질을 가져왔고 또 각 경찰서간의 수사협조도 이뤄지지않은 가운데 제2의 사건이 터졌다.
경찰은 사건이 재발한 뒤에야 현상금 1백만원을 걸고 전단을 만들어 적극수사를 펴는 한편 제3의 사건발생예방에 힘을 쏟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두사건 필적감정결과가 나오면 동일범여부가 최종확정되고 필적을 토대로한 과학수사가 가능할 것 같다. <부산=손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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