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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간의 방위 협력 논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근의 외신들은 오는 29일 「슐레진저」 미 국방장관이 일본을 방문, 판전 방위청 장관과 더불어 극동에 있어서의 미·일 방위 협력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하리라고 전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특히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의 안보를 위해 일본이 담당할 수 있는 역할의 폭을 획정하리란 점에서 우리의 특별한 관심을 모으기에 족한 것이다.
69년의 미·일 정상 회담 당시 좌등 전 일본 수상은 한반도와 관련, 『유사시 미군의 출격에 관해 전향적으로 대처한다』는 말로써 당시 일본의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북괴 남침으로 한국에서 분쟁이 일어날 경우, 일본은 재일 미군 기지의 사용을 긍정적인 자세에서 고려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근자 「미끼」 내각이 새로 발족한 이후 이 같은 정세 판단에는 약간의 「뉘앙스」차가 나타난 것으로 지적돼 왔다.
방미 직후 가졌던 기자 회견에서 「미끼」 수상은 『재일 기지의 사용에 관한 사전 협의에 있어서는 그때그때 「노」 있을 수 있고, 「예스」도 있을 수 있다』는 식의 모호한 답변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미끼」 수상은 또한 『부산과 대마도 사이가 불과 30해리 밖에 안되기 때문에 한국의 안전은 일본의 안전과 관계가 있다』고 시인하고 있음을 본다.
이와 같은 양면성은 「미끼」 수상 자신의 독특한 시국관과 일본 내의 복잡한 정치 기류를 반영한 매우 정치적인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오늘의 동북아 정세와 일본의 처지를 감안할 때, 「미끼」 수상이 생각하고 있는 일본의 「화해 추구」와 「자주 외교」란 과연 얼마만큼의 현실성을 갖는 것일까.
한때 미·일 안보의 단계적 해소를 내거는 민사당과의 제후를 구상하기도 했던 「미끼」 수상의 관점은 최근의 미국 「아시아」 전략과 약간의 감각 차를 드러낸다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시국관과 외교 「패턴」에는 외무성과 방위청 실무자들이나 정계의 「보수본류」가 상당한 경계심을 품고 있다고도 한다.
최근 미국의 「아시아」 전략은 동남아 개입 숙소와 한·일 중시 및 대 중공 현장 유지를 기본 방향으로 삼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한·일 중시는 극동에서의 「닉슨·독트린」의 수정을 하는 것이라 해도 좋다.
인지 적화 이후의 북괴의 도발 자세로 보거나, 미국의 태평양 방위 「라인」상으로 보아 그러한 정책 전환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유류 파동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으로 일본의 군사 대국화가 지연됨에 따라 일본의 방위를 위한 미국의 역할은 또다시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임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복잡한 처지에서, 「미끼」 수상의 이상인 일본의 「자주 외교」나 「화해 추구」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 보다는 미국의 새로운 태평양 방위 망의 일부로서 적극적인 협조를 택하는 쪽이 동「아시아」 안정을 위해서는 물론 일본의 국익을 위해서도 유익한 길이라 생각된다.
미국의 태평양 방위 망이란 물론 한국∼「오끼나와」∼「필리핀」의 「수빅」 해군 기지∼「미크로네시아」∼「하와이」로 이어지는 선을 말한다.
이 방위선은 미·소·중공의 군사적 균형을 지탱하는 「아시아」 평화의 기둥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이 이 같은 균형자의 안정화를 위해 적절한 일조를 다 하는 일에 혹시라도 소홀히 한다면 그 결과는 일본 자신을 위해서도 이로운 것이 못된다. 그 「일조」라는 것이 일본 주변 수백 해리에서의 전관 수역의 분담이 될지, 아니면 기능별 분담이 될지는 우리가 간섭할 사항은 아니다.
다만, 그 어떤 형태에 있어서건, 이번의 미·일 방위 협의를 통해 일본은 동「아시아」의 안정과 한반도 평화 유지에 필수 불가결한 한·미·일 유대 강화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화해니, 긴장 완화니 하는 것은 우선 강력한 억지력과 균형이 확보된 연후에라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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