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거센 저항… 사상자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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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전 5일째인 24일 바그다드 80km 지점까지 접근한 미국.영국 연합군이 이라크군의 격렬한 저항에 부닥친 가운데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연합군은 이라크의 덫에 걸려들었다"며 "이라크는 결사항전을 통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한국시간 오후 5시) 국영TV를 통해 개전 이래 두번째 대국민 연설을 했다.

25분에 걸친 연설에서 그는 "움 카스르에서 이라크군의 영웅적인 투쟁으로 연합군이 큰 타격을 받았다. 연합군은 지상전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국민에게 침략자에 맞서 성전(聖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라크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모두 수용했으나 미국이 침략을 강행했다"며 "이번 전쟁은 불법"이라고 비난했다.

연합군은 24일 새벽(이하 현지시간) 바그다드에 대규모 폭격을 재개하며 공격 수위를 높였다. 모하메드 알리 이라크 공보장관은 "연합군의 공습으로 민간인 98명이 사망하고 4백90명이 부상했다"고 말했다.

연합군 지상군도 23일 바그다드로 진격 도중 이라크군의 저항에 부닥쳐 최소한 16명이 숨진 데 이어 24일에는 아파치 헬기 한대가 격추당하는 등 개전 이래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 이라크군도 5일간의 교전으로 70여명이 전사했다고 자체 집계했다.

이라크군은 23일 바그다드 남쪽 3백75km 지점인 나시리야에서 미군을 두차례 기습, 미군 16명이 숨지고 12명이 실종됐다고 워싱턴 포스트 등 미 언론이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교전으로 미군 1백3명이 전사했다고 알 아라비아 위성TV를 인용해 전했다. 이라크 국영TV는 살해된 미군들의 시신 모습을 화면에 내보내고 포로로 붙잡힌 미군 5명과의 인터뷰를 방송했다.

24일 새벽에는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 2기갑여단이 바그다드 남단 1백km 지점의 카르발라에 진입한 미군 아파치 헬기 부대와 세시간 동안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이라크군은 이날 "미군 아파치 헬기 2대를 격추하고 조종사 2명을 포로로 잡았다"며 헬기 잔해를 TV로 방송했다.

미군도 "이라크 중부에서 헬기 한대가 격추됐다"고 시인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24일 "이라크에서 미국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군은 23일 바그다드 남쪽 1백60km 지점 나자프시 인근에서 화학무기를 생산해온 것으로 보이는 공장을 장악, 조사에 들어갔으며 이곳을 지키던 이라크군 30명이 투항했다고 밝혔다.

미군과 이라크군 간에 본격적인 교전 뉴스가 전해지자 영국의 FT주가는 전날에 비해 98포인트 하락했으며,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날에 비해 1.05달러 오른 배럴당 25.40달러에 거래됐다.

강찬호 기자,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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