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가요가 77% 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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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라디오」의 청소년 대상「프로」가 최근 진지한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방송윤리위가 지난 6월30일부터 5일간 5개국 방송「프로」를 분석한 결과는「프로」편성의 건전화를 위한 깊은 반성의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다음은 그 조사의 요지. <편집자 주>
5개 방송국이 젊은이 대상 「프로」로 마련한 시간은 총 9백33분으로 전체 방송량의 14. 6%나 차지하고 있다.
젊은이 시간에 방송되는 가요를 성향별로 보면「팝·송」 「칸초네」 「샹송」등 외국 가요가 65%, 번역된 외국가요가 12%로 외국가요가 전체의 77%를 차지하고 「포크송」계열이 11%, 국내 대중가요가 8%이다. 「클래식」이나 민요 가곡·국민 가요 등은 모두 합해야 고작 2%밖에 안 된다.
다음으로 젊은이들 시간을 진행하는 DJ(디스크·자키)와 「게스트」의 자질 문제. DJ의 경우 가수·「커미디언」등 연예인이 전체의 52%를 차지하고 있고 「게스트」의 83%가 가수나「탤런트」등 연예인이다. 연령으로 20대가 단연 으뜸으로 DJ의 경우 88.23%, 「게스트」의 경우82%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것도 대부분 20대 초반이다.
젊은이들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나 이 20대 초반의 연예인들이 젊은이들에게 과연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화제의 55%가 「게스트」의 사생활에 관한 것이고 연예 관계가 26, 시사·교양적인 것이 13%로 나타났다.
이것은 호기심이나 흥미 위주의 화제가 대부분이고 젊은이들의 정서와 교양을 넓히는 교양적이고 계도성을 띤 화제가 미미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이 시간에는 불필요한 외래어 뿐 아니라 비어와 속어·은어 등까지 난무, 청소년들의 정서나 의식에 영향을 주고 건전한 언어생활을 해치고 있다는 것.
특히 이러한 현상은 5개 방송이 청소년 시청자의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같은 시간대(하오3∼4시, 6시∼8시, 심야11시∼상오1시)에 「프로」를 편중 제작하면서 방송 내용의 질적인 저하를 가져오고 있어 큰 문제로 재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서 순화에 도움을 주는 「클래식」이나 우리의 보통 음악이 거의 외면 당한 채 외국가요만이 범람하는 것은 청소년들의 의식구조나 생활질서 체계, 윤리적 가치판단에 혼란을 야기하고 우리의 전통문화보다는 외래문화에 친근감을 갖게 하는 풍조를 조장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인기 연예인들의 과도한 출연과 그들 주변의 잡다한 얘기로 엮어지는 화제는 젊은이들에게 인기인을 영웅시하는 그릇된 관념을 심어 줄 우려도 있다.
방송은 이 조사서에서 나타난 젊은이 대상 「프로」의 문제점의 개선 방안으로 각국이 심야방송 등은 경쟁적「프로」 편성을 지양하고 각계 각층의 청취 층을 의식한 방송으로 다양하게 편성할 것과 제작 면에선 선곡에 있어 「클래식」·「세미·클래식」·가곡·전통 음악을 다양하게 취급하는 등 교육적인 방향으로 시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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