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스페셜] "무리한 사장 인선 끝까지 투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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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신임 사장 임명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22일 KBS 이사회(이사장 지명관)가 서동구(66)전 한국언론재단 부이사장을 KBS 사장으로 임명제청한 데 대해, 시민단체들까지 잇따라 제청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서씨의 정치 참여 이력, 정실인사 의혹, 도덕적 결함 등이 그 이유다. 이들은 “대통령이 무리한 인사를 강행할 경우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KBS 사장 공동추천위원회’를 구성했던 KBS노조와 전국언론노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전국민중연대 등은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서씨가 KBS 사장이 될 경우 언론의 정치적 독립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며 이사회의 임명제청 철회를 요구했다.

최열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언론의 공정성과 정치적 독립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인데도 이사회는 끝내 국민적 열망을 저버렸다”며 “더우기 이사회는 어떤 근거로 서씨를 추천했는지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밝히고 있지 않다”고 비난했다.

이들 단체들은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후배들로부터 존경받는 선배로 남기 위해 서씨가 스스로 용퇴하기를 기대한다”며 “임명권자인 노무현 대통령도 이사회의 졸속 제청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사장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KBS 노조 김영삼 위원장은 “집행부 전원이 결사투쟁 각오로 KBS의 독립성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언론노조는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었다. KBS PD들도 이날 오후 모임을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또 KBS 노조는 오후 4시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파업 등 향후 대응방안을 심도깊게 이야기했다.

한편 기자협회와 민주노동당도 이날 “서씨는 지난 대선에서 노 후보의 언론고문으로 활약했고, 노 대통령 후원회장을 지냈으며 가까운 인척 사이인 이기명씨가 이번 임명과정에 깊숙히 개입했다는 언론계의 지적으로 볼때 그가 KBS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지켜내기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BS 이사회는 “‘국민추천’형식을 밟은 사장 후보 46명에 대해 비밀투표를 통해 제청자를 선출했으며, 외압은 없었다”는 기존 발표 외에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어쨌든 이렇게 KBS 안팎의 반발이 거셈에 따라 노대통령이 서씨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경우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서는 서기원 사장 임명을 앞두고 49일간의 제작 거부로 이어졌던 90년 KBS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노대통령이 검찰 인사 파동에 이어 정면돌파라는 수를 택할 지, 아니면 서씨가 자진사퇴하는 등 예상외의 방향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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