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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정가」에 돌풍|「증언·감정에 관한 법안」 「비토」의 충격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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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당·정 6인 회합서 비토 결론>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을 국회에 환부키로한 24일의 정부·여당 연석회의에서는 이선중 법제처장이 보고 형식으로 문제를 제기, 행정부측 견해와 여당측 견해를 대비하여 설명했다. 이 처장은 결론적으로 여당측에서는 다수 의석을 갖고 있으므로 실제 운용 과정에서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하나 법률적인 문젯점이 있는 이상 법률적 차원에서 해결해야한다고 말했다고.
이 처장의 보고가 『동법 몇조 몇항은…』 『…하였는바』라는 식으로 판결문처럼 딱딱한 내용을 낭독하는 것으로 끝나자 황산덕 법무장관이 알기 쉽게 풀어서 보충 설명. 황 법무는 지난번 개정된 국회법이 국회에 조사권을 주는 것부터가 문제라고 지적했고 이에 대해 박준규 공화당 정책위 의장과 구태회 유정회의 정책부위장은 『국회법에 「조사」라는 문귀가 없어도 재무위에서 박영복 사건의 진상을 조사했듯이 국회가 사실상 조사를 할 수 있지 않은가』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은 손을 들어 선서를 시킨다는 것 정도의 차이 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
김용태 총무는 미리 준비해 갖고간 제헌이래 8대 국회까지의 국정 감사 제도 운용에 관한 자료를 내놓고 실제로 기밀 자료 요구로 말썽된 일이 없다고 했다.
고위층은 『도대체 협상을 했다는 결과가 겨우 이런거냐, 자신 (여당)의 원칙마저 잊어버리는 협상이 어디 있느냐』고 여당 간부들을 나무랐다는 얘기도 있고….
결국 관계자들끼리 협의해서 결말지으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박준규·구태회·김용태·장영순 의원 및 황산덕 장관·이선중 법제처장 등 6인이 따로 모여 「비토」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여당선 일단 공포를 요구>
1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법안 보류론이 주장되면서 『유신 이전과 뭐가 다르냐』는 말까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공화·유정 간부들은 16, 18일 연달아 회합을 갖고 대책을 협의.
19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대책 회의에서도 여당 간부들은 여야 협조 「무드」의 조성을 위한 정치적 배려에서 일단 이 법을 공포해 줄 것을 요망. 그러나 행정부측을 대표한 황산덕 법무장관과 이선중 법제처장은 국회법 1백21조와 중앙정보부 법11조 등 안보 관계법의 비밀 준수 조항과의 상층점을 들어 잡색을 표명했다는 것.

<개정 국회법도 거부하자고>
여당 간부들은 『자료 제출이나 증인 채택 등은 모두 국회의 결의가 있어야하는 만큼 여당이 3분의2의 의석을 가진 이상 현실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 이견을 크게 좁히지 못했다는 뒷얘기.
당초 정부 일각에서는 이 법안뿐 아니라 이 법의 모법인 국회법 개정안까지 국회로 되돌려 보내자는 주장도 거론 됐다는 것. 이런 얘기를 뒷받침이나 하듯 국회법 개정안 역시 이 법안처럼 시한 하루전인 25일까지 공포되지 않고 있었던 상태. 소수의 「의견」으로만 끝났는지 25일 하오의 국무회의는 증언·일정에 관한 법만을 「비토」키로 성결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문제의 7조 2항을 지난번 임시국회법사위 예비 심사 과정에서 삭제토록 얘기가 됐었으나 「미스」를 일으켜 『문제가 빚어진 것』이라고 설명.

<신민선 부분 수정 쪽으로>
긴급 소집된 25일 신민당 정무회의에서 김재광 의원은 『단안을 내려 야당 자세를 밝혀야 한다』면서 의원직 총 사퇴를 주장. 정운갑 의원 등은 『외유가 뭐냐.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면서 김영삼 총재의 동남아 순방 중단을 촉구했고 이철승·정해영 의원은 『정부에서 뭐라고 한마디만 나오면 들고일어나 야단들인데 좀 기다려보자』고 하는 등 당이 걸어갈 기본 자세를 놓고 백가쟁명. 한병채 대변인이 미리 마련한 강경한 내용의 성명을 놓고도 『아직 발표할 단계가 아니다』 『즉각 발표하자』 『성명이 너무 길다』 『법률 용어가 너무 많다』는 등 옥신각신. 대응책을 논의하면서도 임시 국회 소집 요구·여당 간부들과의 개별 접촉론 등이 나와 의견이 분분.
1단계 대응책으로는 김 총재의 동남아 순방 중지·당 3역의 산업 시찰 불참 등으로 나타났지만 「부분 개정」쪽으로 당책이 굳혀 가리란 분석.
회의가 고흥문 정무회의 부의장·정해영 의원 그리고 당 3역인 유치송·김형일·이중재 의원 등 5인으로 하여금 국무회의 전에 김종필 국무총리를 만나 해결해 보기로 한 결정은 삼청동 총리공관의 면회 사절로 한발짝 당사 밖을 나서 보지도 못한 채 좌절.
공관측이 밝힌 이유인즉 『총리께서 종기 수술로 누워 있어 외부 손님을 일체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전화도 사절한다』는 것.

<여당권선 성급한 인책론도>
국회에 환부된 「증언·감정 법안」의 처리 방법을 놓고 여당 간부들은 이론을 내놓기도 했으나 수정 쪽으로 방향을 설정.
공화당의 이효상 당의장 서리는 『당 방침이 정해진 것은 아니나 개인 생각으로는 문제 조항만 손질하면 될 것 같다』고 했고 『나는 상이 군인』이라고 상심한 표정을 지었던 박준규 정책위의장도 『문제된 부분을 고치면 된다』고 했다. 『좀 두고 보자』던 김용태 공화·이영근 유정회 총무도 『유신 헌법 정신에 비추어 문제는 있지만 대야 수정 절충을 벌이겠다』는 자세. 「상충 입법」을 한데 대한 비판론도 일어 어떤 간부는 『사표를 내야 할 입장』이라고 성급한 인책론을 들고 나오기도 했으나 그 단계까지는 가지 않으리라는 것이 여당권의 지배적 관측이다.
신민당 쪽에서도 이중재 정책심의회의장이나 한병채 대변인은 이번 거부로 공화당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인가를 점쳐 봤는데 한 대변인은 『신 4인 체제가 견고한 것이라면 인사에 파란이 없을 것』이라고 진단. 그러면서도 『야당과는 직접 관계없이 여당 일방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신민당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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