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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독 "이슬람 성전 투사, 중국의 골칫거리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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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일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여객기 잔해를 찾는 작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사고원인이 미궁에 빠져들고 있다. 중국 공안부는 사고의 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제형사경찰조직 조사팀을 말레이시아에 급파했다. 조사팀은 여객기에 탑승하지 않은 승객 5명도 조사하기로 했다.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MH370편을 수색하기 위해 9일 사고 해역에 급파된 미 해군 구축함 핑크니. 미국도 실종기 수색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AP=뉴시스]

말레이시아 항공 MH370편 사고와 관련해 중국 공안당국이 실종기의 테러 피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본격 조사에 들어갔다. 중국 공안부는 9일 밤 “국제형사경찰조직 조사팀을 말레이시아로 파견했으며 이들은 말레이시아 당국과 협력해 위조 여권과 관련된 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10일 “이번 사고의 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속하게 조사팀을 구성했으며 팀원 모두 국제형사사건 전문가”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위조 여권으로 탑승한 승객은 물론 체크인 후 탑승하지 않은 승객 5명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訊)은 9일(현지시간) ‘중국열사단(中國烈士旅)’이라고 자칭한 단체가 e메일을 보내와 이번 사고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항공기 MH370 사건에 대한 성명과 해석’이라는 제목의 e메일에는 “이번 사건은 우리를 잔혹하게 박해한 말레이시아 정부와, 위구르족을 잔혹하게 진압하고 박해한 중국에 대한 보복”이라고 적혀 있다. 또 “중국이 위구르인 1명을 살해하면 우리는 중국인 100명의 살해로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e메일은 말레이시아항공사·말레이시아정부·중국정부에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쉰과 네티즌들은 ▶e메일이 전달용으로 쓰이는 허시 메일을 사용했고 ▶위구르 단체는 대부분 ‘동투르키스탄 XXX’ 또는 ‘이슬람 XXX’라는 명칭을 쓰며 ▶범행 수단을 밝히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세계 2위의 미디어그룹 뉴스코프의 루퍼트 머독(83) 회장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777 사고는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 투사)가 중국에 골칫거리가 되기 시작했음을 증명한다. 미국이 러시아 악당들(bullies)에 맞서 중국과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라는 글을 올려 테러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머독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폭스TV, 영국 더타임스 등 세계 유수 언론을 소유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하고 구조 및 수색작업에서의 양국 협력을 다짐했다.

 사고에 앞서 테러 관련 첩보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싱가포르 연합조보(聯合早報)는 10일 차이더성(蔡得勝) 대만국가안전국장의 말을 인용해 “4일 국제테러조직이 베이징의 서우두(首都)공항과 지하철에 대한 테러를 준비 중이라는 첩보가 있었다”고 전했다.

 항공 전문가들도 테러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전인대(국회 격) 대표인 탕쥔(唐軍) 중국항공공업 항공기공사 총경리는 9일 “사고기는 이미 안전이 검증된 기종이다. 따라서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거나 두절된 이후 회복이 안 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공중에서 폭발이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연락두절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중국 공군의 베테랑 조종사인 쉬융링(徐勇凌)도 테러나 돌발적인 외부요인으로 인한 공중 폭발 가능성이 비교적 크다고 분석했다.

 말레이시아 당국도 여객기가 공중폭발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9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실종기 수색과 관계된 한 고위 소식통은 “잔해가 발견되지 않는 것은 사고기가 약 3만5000피트(1만668m) 상공에서 분해돼 넓은 해역에 떨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항공기가 내·외부 충격 없이 추락했다면 해수면과 부딪칠 때의 충격만 받아 잔해가 모여 있고 쉽게 발견이 된다는 얘기다.

◆발견된 기름띠, 여객기와 무관=해상 수색 작업은 사흘째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사고 직후 말레이시아 동부 해상에서 발견된 기름띠는 10일 샘플 테스트 결과 항공기가 아닌 선박 연료 공급 활동으로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해상에서 목격된 ‘노란 물체’ 역시 실종기 구명정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서울=신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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