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수송차량 눈 깜작할 새에 털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10일 오전 3시 28분쯤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부산요금소 앞. 현금수송 차량인 검은색 스타렉스 승합차에서 내린 직원 2명이 요금소 사무실로 들어간 직후 갑자기 차량에서 비상벨이 울렸다. 차량에는 경북 경산요금소와 영천, 경주, 서울산, 통도요금소 등 요금소 8곳에서 거둬들인 통행료 2억1900만원이 들어있었다. 두 직원이 급히 달려 나왔으나 스타렉스 차량은 어느새 회차로쪽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두 직원은 경찰 조사에서 "차량 시동을 끈 뒤 열쇠를 꽂아둔 채 외부에서 리모컨으로 문을 잠그고 사무실로 갔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차량을 세워둔 곳에는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여서 누가 차량을 훔쳐 달아난 것인지는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차량 안에 있던 위치추적장치(GPS)를 확인한 결과 요금소를 빠져나와 부산쪽으로 향하던 차량은 사건 발생 11분 뒤 현장에서 2㎞ 떨어진 부산 금정구 청룡동 부산보호관찰소 동부지소 앞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포대 8곳에 나눠져 금고에 보관돼 있던 현금은 감쪽같이 사라진 뒤였다. 금고는 뒷문을 열지 않고도 운전석쪽에서 접근을 할 수 있는 구조다.

경찰은 당시 금고문이 잠겨 있었는지 아니면 잠겨 있는 금고문을 열고 돈을 훔쳐간 것인지를 확인중이다고 밝혔다. 특히 현금 수송업체 직원 2명을 상대로 왜 열쇠를 꽂아두고 차량을 비운 것인지, 이 과정에 정해진 절차를 위반한 것은 없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여러 요금소를 거치면서 통행료를 많이 싣고 있던 시간대에 도주로를 쉽게 확보할 수 있는 부산요금소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 또 현금이 담겨 있던 포대 한 개의 무게가 5~10kg에 달해 사전에 도주차량을 준비하지 않았다면 쉽게 돈을 옮겨 달아날 수 없는 점 등으로 미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의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우발적인 범행보다는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일 가능성이 높아 현재 다각도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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